사상 최악 적자낸 한전…나랏돈으로 손실 메우나
뉴시스
입력 2022-05-23 12:27 수정 2022-05-23 12:27
올해 1분기만 8조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한국전력(한전)이 해외사업과 출자지분, 부동산을 처분하는 내용의 6조원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한전의 차입금이 50조원을 넘어가 조만간 자본잠식까지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번에 내놓은 자구책으로는 급한 불을 끄기도 벅차다는 평가다.
전력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거론되지만, 전문가들은 연료비를 원가에 반영하거나 전력 도매가에 상한선을 도입하는 등 전력판매 시장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8년 한전이 2조8000억원 규모의 사상 첫 영업손실을 내자 6680억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을 지원했다.
이는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법 시행령 3조에 명시된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 가격의 안정을 위한 지원 사업’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2008년 지원 사례와 한전 누적 차입금 규모가 지난달 말 기준 51조5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보조금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국전력법은 사채의 발행액은 공사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한전의 사채발행 규모는 91조8000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이 적립금을 감소하게 만드는 구조와 올해 사상 최대 폭의 적자를 감안하면 사채발행 규모는 더 쪼그라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한전의 재정 건전성을 위해 만기가 없는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영구채는 액면상은 채권이지만 상환의무가 없기 때문에 국제회계 기준에서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한다.
다만 영구채로 인해 자본금이 늘어나면 자본금+적립금의 2배 규모로 묶인 사채 발행에도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채무 부담은 고스란히 남는다.
전문가들은 재정 투입이나 채권 발행보다는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한전의 체력 회복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전기요금을 조정해서 한전이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체력을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라며 “재정 투입은 국민 수용성을 고려한다면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 원재자가 상승으로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조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기 사용량이 폭증하는 여름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미 윤석열 대통령의 ‘전기요금 동결’ 공약을 뒤짚고, 요금에 연료비 원가를 반영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물가 압박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형 이슈가 될 수 있는 한전의 적자 문제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특별한 언급없이 사실상 ‘관리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킬로와트시(㎾h)당 분기 기준 3원, 연간 기준 5원씩 전기요금을 올릴 수 있는 연료비 연동제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연동제 자체가 그동안 물가안정을 이유로 작동하지 않아 확대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이 밖에 한전이 발전사에 지불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의 상한제 도입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전 적자를 발전사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영구채 발행, 연료비 연동제 확대 등 한전 지원책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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