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제2의 삶… 취미-적성 미리 찾고, 꾸준히 준비하라”

김재희 기자

입력 2022-05-23 03:00 수정 2022-05-2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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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후 새 일 찾은 베이비부머 다룬 “은퇴하고 즐거운 일을…” 출간
호텔리어→와인바 사장님, 김욱성씨… 와인 유튜브 채널 구독자 2만명 넘어
대표이사→청소년 상담사, 문두식씨… 의정부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취업
회사원→친환경 농업 강사, 김재광씨… ‘도시농부’들에 작물 재배법 가르쳐


정년퇴직, 정리해고, 부도…. 평생 몸담았던 일에서 물러나야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2020년부터 고령층(65세 이상)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제2의 삶’을 시작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20일 출간된 ‘은퇴하고 즐거운 일을 시작했다’(동녘라이프)는 퇴직 후 새 일을 찾아 나선 베이비붐 세대 9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중 삼성물산에서 정년퇴직한 후 와인 칼럼니스트 겸 와인바 사장이 된 김욱성 씨(65)와 한진중공업 필리핀 지사장에서 청소년상담사가 된 문두식 씨(69), 중소기업에 다니다 도시농부가 된 김재광 씨(68)를 20일 인터뷰했다.

와인 칼럼니스트이자 와인바 사장인 김욱성 씨가 한 와인 학습모임에서 시음할 와인을 설명하고 있다. 김욱성 씨 제공
김욱성 씨는 취미로 즐기던 와인을 두 번째 직업으로 삼았다. 신라호텔 해외영업·마케팅팀장으로 일한 그는 행사 케이터링을 진행하며 와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내 와인 동호회를 만들고 퇴근 후 학원을 다니며 프랑스어능력시험(DELF) 자격증을 땄다. 2012년 정년퇴직 후 2015년 58세에 국제와인기구와 몽펠리에대학이 운영하는 와인 석사과정에 합격해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그 후 16개월 동안 25개국 400여 개의 와이너리를 다녔다.

그는 귀국 후 2018년 서울 성동구의 와인 매장에 부사장으로 취업해 와인 판매와 교육을 담당한 뒤 지난해 동네(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와인바를 열었다. 딸의 권유로 2019년 시작한 ‘김박사의 와인랩’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2만 명이 넘는다. 그는 “취미가 업이 되려면 적어도 하루 1시간씩 10년 동안은 공부해야 한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잡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했다.

대기업 대표이사를 지낸 뒤 청소년 상담가로 활동 중인 문두식 씨가 서울시내 초등학교에서 스마트폰 중독 위험성을 강의하고 있다. 문두식 씨 제공
한진중공업에 입사해 한진도시가스 대표이사를 지낸 문두식 씨는 학부 때 심리학을 전공한 것을 살려 청소년상담사가 됐다. 회사에서 1년 후 퇴직하라는 통보를 받자 그는 심리학 전공자가 지원할 수 있는 청소년상담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다. 1년간 매일 6시간씩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청소년상담사 3급을 따고 경기 의정부시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 취업해 2011년부터 약 300명의 청소년을 상담했다. 청소년상담사 2급 자격증과 가톨릭대 아동심리상담학 석사학위도 땄다. 그는 “기존 직업이나 전공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건 기본이다. 고령에도 일하려면 더 높은 급수의 자격증을 따거나, 관련 분야 대학원에서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행복나눔텃밭에서 작물 재배법을 설명하고 있는 김재광 씨. 김재광 씨 제공
염료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다니던 김재광 씨는 2008년 은퇴 후 귀농했다. 2002년 친구의 제안으로 전국귀농운동본부 생태귀농학교를 다니며 작물 재배법과 땅 임대 방법을 배웠다. 수도권에서 여러 사람들과 텃밭을 일구는 ‘공동체 농사’가 있다는 걸 알게 돼 도시농부의 길을 택했다. 현재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50여 명과 함께 3966m² 규모의 땅을 일구고 있다. 주민들이 친환경농업을 체험하는 고양시 프로그램 ‘행복나눔텃밭’에서 강사로 일하며 작물 재배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최근 수도권에 ‘도시농업네트워크’가 활성화돼 도시에서도 손쉽게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며 “텃밭활동가 같은 귀농교육자가 되고 싶다면 생태귀농학교나 도시농부학교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을 따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은퇴를 앞두고 촉박하게 취업 준비를 하기보다는 취미나 적성을 발전시킬 방법을 미리 찾고, 꾸준히 시간을 들여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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