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줄 달랑 30명…‘오픈런’ 썰렁해진 샤넬의 굴욕

뉴스1

입력 2022-05-18 14:44:00 수정 2022-05-18 15: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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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0시쯤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앞 모습.© 뉴스1
18일 오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풍경은 평소보다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것) 열기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한 달 전만 해도 매장 앞은 이른 새벽부터 ‘구름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지만, 불과 몇 주 새 명품 구매를 위해 일찌감치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오전 10시5분쯤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린 고객은 30여명이었다. 이날 매장 앞에서 만난 A씨는 “두달 전 이 시간에 방문했을 때 대기번호 70번대 받았다”며 “생각보다 대기 인원이 적어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코로나19 ‘4차 대유행’ 당시 같은 시간, 같은 매장에 100여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던 것과 반대되는 분위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일반 패션이나 외식업계 등 사회 전반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명품 열기는 다소 주춤하다.

코로나19 촉발 직후 약 2년간 보복소비의 일환으로 명품에 투자했다면, 최근에는 야외활동이나 여행·레저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명품 구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던 이들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일각에선 가격 인상과 콧대 높은 구매 정책으로 샤넬을 떠난 고객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과도한 줄 세우기로 과거 충성 고객들이었던 일부가 샤넬이란 브랜드를 외면하기 시작하거나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명품에 관심이 많다는 B씨는 “최근 결혼식장에 갔는데 다들 같은 가방(클래식백)을 들고 있어 민망했던 경험이 있다. 이제는 개나 소나 전부 샤넬 가방을 메는 것 같다”며 “오픈런 현상이 심화하면서 수백만원짜리 명품을 사면서도 서비스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더 이상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샤테크’(샤넬+재태크의 합성어)도 옛말이됐다. 300만~400만원의 웃돈을 얹어야만 구할 수 있던 샤넬 클래식 라인 핸드백의 리셀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 News1
중고거래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클래식 핸드백 미디움 사이즈의 가격은 지난 1월 초 1400만원에 거래됐지만, 1월 말부터는 1200만원 안팎의 시세를 형성했다. 이달 가장 최근 거래된 리셀 가격은 약 1150만원에 머물렀다. 클래식백 미디움 사이즈의 정상가(1180만원)를 밑도는 액수다.

일부 명품 마니아들 사이에선 더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명품을 선호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한 고객은 “아무나 구매할 수 있는 가방 대신, 실적을 쌓아 재고 관리에 까다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구매하는 것이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테면 재고관리에 엄격한 에르메스 핸드백은 샤넬보다 비교적 가격방어가 수월한 편이다. 에르메스 입문 백으로 불리는 가든파티30 모델 골드 색상의 최근 거래가(4월 28일)는 699만원이다. 지난달 21일에는 745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가든파티30의 판매가는 471만원으로 여전히 2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샤넬이 큰 폭의 가격 인상을 여러차례 단행하면서 초반에는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인식을 심어줬지만, 수요가 늘고 브랜드가 차츰 대중화 되면서 브랜드 가치가 다소 훼손된 측면이 있다”며 “최근 클래식 라인 공급도 늘어 리셀 거래 수요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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