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씹고 맛보고… ‘최적의 음식 맛’ 찾는 로봇 나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2-05-16 03:00 수정 2022-05-1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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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센서로 단계적 맛 평가
데이터 반영 ‘맛 지도’ 제공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개발한 요리 로봇이 스크램블에그와 토마토를 섞으며 최적의 맛 조합을 찾아내고 있다. 인간이 음식을 씹는 과정에서 느끼는 맛을 최대한 모방하는 로봇이다. 케임브리지대 제공

영국 과학자들이 가전회사 ‘베코(Beko)’와 함께 사람과 가장 비슷한 방식으로 음식 맛과 염도를 측정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사람이 씹을 때 내용물이 섞이며 다양한 맛을 서서히 느끼는 것처럼 단계적으로 맛과 염도를 평가하는 방식이어서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과학적 데이터를 요리사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푸미야 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대 교수는 사람이 음식을 섭취할 때처럼 단계적으로 음식 맛을 평가하는 ‘로봇 셰프’를 개발하고 국제학술지 ‘로보틱스 및 인공지능(AI) 프런티어스’ 최신호에 공개했다.

인간은 음식을 씹을 때 음식의 질감과 맛의 변화를 느낀다. 음식을 씹는 동안 생성된 침과 소화 효소는 음식에 포함된 화합물을 혀에 존재하는 미각 수용체로 전달한다. 미각 수용체 신호는 뇌로 전달되고 뇌가 맛을 인식하는 원리다. 단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맛은 매우 개인적인 영역으로 분류된다. 훌륭한 요리사는 미각에 의존해 음식이 내는 다양한 맛의 균형을 맞춘다.

연구진은 먼저 토마토와 스크램블에그를 섞어 무난한 맛을 내는 오믈렛을 만드는 로봇을 개발했다. 그런 다음 로봇 팔에 염도 센서 등을 달아 오믈렛에 들어가는 9가지 조합으로 토마토 개수와 소금양을 바꿔가며 세 차례에 걸쳐 오믈렛의 염도와 맛을 측정했다. 인간이 재료를 입에 넣고 씹는 과정에서 음식 맛을 느끼는 원리를 모방한 방식이다.

연구팀은 여기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근거로 각 재료의 염도와 섞이는 농도에 따른 맛 지도를 자동으로 생성해냈다. 로봇이 생성한 맛 지도를 보고 개인 취향에 따라 최고의 맛 조합을 갖춘 오믈렛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식품의 염도나 당도를 단순히 체크하는 데 그친 기존 시스템에서 업그레이드된 기술로, 로봇이 인간처럼 씹고 맛보는 과정을 모방해 결국 인간이 개인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맛을 조정한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단맛과 기름진 맛까지 맛을 조정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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