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도심 10만채 개발”… 착공 가능한 곳 10%뿐

정순구 기자 , 최동수 기자

입력 2022-01-27 03:00 수정 2022-0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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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1년된 ‘공공주도 공급’ 2·4대책


“처음에 찬성했던 주민들도 보상금이 생각보다 적게 책정되자 동의서를 철회했어요. 후보지 선정 자체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서울 강북구 우이신설선 삼양역 북측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반대추진위원회 관계자)

서울 강북구 삼양역 북측 주민들은 최근 공공 주도로 재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의 찬성 동의서를 모두 회수했다. 사업을 시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밝혔던 사업 진행 의사를 철회한 것. 이곳은 지난해 4월 2차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당초 588채가 지어질 계획이었지만 동의율이 0%가 되며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렵게 됐다.

정부가 지난해 ‘2·4대책’을 통해 발표한 도심복합사업에는 삼양역 북측처럼 주민 반대에 부딪히며 사실상 사업이 좌초된 곳이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2·4대책 1주년을 앞두고 이 사업으로 10만 채 규모의 신규 주택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이 가시화된 곳은 대책 발표 당시 목표치인 19만7000채의 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2·4대책 1년, 본격 추진 가능한 곳은 9700채뿐

이날 국토부는 서울 효창공원앞역 인근과 대림역 부근을 비롯한 11곳(1만159채)을 제8차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총 76곳, 9만9740채 규모가 후보지로 지정됐다. 도심복합사업은 기존 민간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지역에서 LH 등 공공이 주도해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완화 등 각종 규제 완화 혜택이 3년간 한시적으로 주어진다.

하지만 이중 본(本)지구 지정이 완료된 곳은 증산4구역 등 7곳으로 9700채에 그친다. 당초 목표치의 5% 수준이다. 본지구 지정을 위해서는 주민 3분의 2 이상(66.7%)이 동의하고 토지 면적 기준 소유자 50%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업 추진의 기본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은 후보지도 76곳 중 19곳에 그친다.

본지구로 지정된 곳도 나머지 주민 동의를 받고 토지보상, 지구계획 등을 거쳐야 한다. 실제 분양까지는 1, 2년 이상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지구 지정이 끝난 7곳도 올해 말에야 사전청약이 가능하다.
○ 주민 반대로 표류하는 후보지 늘어, 곳곳에 ‘암초’
주민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삼양역 북측을 포함해 76곳 중 절반이 훌쩍 넘는 40여 곳의 후보지에서 반대 주민들이 후보지 지정 철회를 잇달아 요청하고 있다. 사업 반대 측과 찬성하는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진 점을 내세운다. ‘3080공공주도반대전국연합(공반연)’ 관계자는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주민들이 집을 팔고 떠나고 싶어도 현금 보상만 가능하니 집이 팔리지도 않는다”며 “보상액도 사업 본격화 후에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찬성 측 주민들은 공공주도로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야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맞선다. 예정지구로 지정된 인천 제물포역 북측 주민은 “워낙 노후해 도심복합사업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사업 추진 철회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예정지구 지정 6개월이 지난 후 주민 절반이 동의하면 예정지구 지정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후보지 상태에서 후보지 지정을 철회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추가 후보지 발굴보다는 이미 발굴한 기존 후보지의 사업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후보지로 발표한 곳은 많지만 정작 착공이 가능한 본지구로 지정된 곳은 얼마 없다”며 “기존에 발표한 후보지별로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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