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 255조 ‘폭풍성장’… “디폴트옵션이 연금부자 주춧돌”

서영아 기자

입력 2022-01-19 03:00:00 수정 2022-01-19 03: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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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커지는 TDF 시장


“내 계좌, 이달에 50만 찍었다.”

미국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백만장자로 퇴직하기’ 붐이 일고 있다. 은퇴 전 퇴직연금 계좌에 100만 달러(약 11억8000만 원)를 찍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진행상황을 나누거나 더 빨리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실제로 꿈을 이룬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에 따르면 자사가 운용하는 계좌 중 지난해 2분기(4∼6월) 기준으로 401K 퇴직연금 계좌에 금융자산 100만 달러 이상을 확보한 근로자는 41만2000여 명에 이른다. 개인형 퇴직계좌(IRA) 잔액이 100만 달러 이상인 사람도 34만1600여 명이다. 한편 10년간 401K에 가입한 직장인들의 잔액 평균은 40만2700달러였다.
○쏟아지는 ‘401K 백만장자’

미국인들의 ‘빵빵한’ 퇴직연금 계좌를 논할 때 ‘401K’를 빼놓을 수 없다. 401K는 한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유사하다. 근로자와 기업주가 일정한도 내에서 소득공제와 비과세 혜택을 누리면서 퇴직계좌에 연금을 적립하면 근로자 은퇴 후에 낮은 소득세율로 인출할 수 있다. 직원 적립금의 최대 100%를 회사가 매칭옵션으로 적립해준다는 점도 특징. 예컨대 근로자가 매달 500달러를 은퇴자금으로 적립하면 회사가 500달러를 추가로 적립해주는 식이다. 401K란 이름은 근로자 퇴직소득보장법 401조 K항 규정에서 유래했다. 401K의 자산규모는 2019년 현재 6조4000억 달러로 미국 전체 은퇴자산의 20%를 차지한다. 401K가 미국 근로자들의 대표적인 노후 보장수단으로 정착되기까지는 몇 가지 전기가 있었다. 2006년 연금보호법 제정으로 자동가입제도가, 2007년 계좌를 근로자 대신 금융사가 운용할 수 있게 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은퇴시기에 맞춰 투자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도 급성장했다. 미국 401K 자산 중 TDF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0%를 넘어섰고 2025년 45%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덕에 미국의 막대한 연금자산이 증시로 흘러들어 자본시장이 성장하고 은퇴자 수익률도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국내선 2015년에야 위험자산 비중 높여

2019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DC 계좌 평균 적립금은 약 2000만 원으로 미국 DC 평균 적립금 12만6083달러(약 1억4900만 원)에 비해 크게 적다. 이런 수치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제도적 차이에 있다. 한국은 퇴직연금 중도해지가 가능해 평균 근속연수가 5,6년에 불과하다. 미국 직장인은 회사를 옮기더라도 퇴직연금계좌를 유지해야 해 결과적으로 장기투자를 통한 자산형성 효과를 얻는다.

여기에 수익률 차이도 작용한다. 김근호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마케팅 1본부장은 첫째, 미국은 기업주의 매칭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다는 점을 든다. 미국 직장인 본인과 기업이 내는 적립금을 합치면 연평균 13.9%에 이르지만 한국은 8.3%에 불과하다는 것. 둘째, 한국에서의 실적배당투자는 국내채권혼합형(국내주식 40%+국내채권 60%) 일변도로 TDF 펀드 활성화 이전에는 글로벌 분산투자가 되어 있지 않았다. 셋째, 미국은 2007년부터 디폴트 옵션이 도입돼 퇴직연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사실 한국의 퇴직연금은 2005년 12월 시행됐으니 출발부터 늦었다. 당시 ‘가입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 DC형 가입자라 해도 주식 비중 40%가 넘는 펀드는 투자할 수 없었다. 2012년에 DC 적립금의 40% 한도 내에서 위험자산 투자가 허용됐고 2015년에 70%로 확대됐다.
○디폴트 옵션, 퇴직연금시장 지각변동 예고
한국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20년 말 기준 255조5000억 원으로 해마다 ‘폭풍 성장’ 중이다(표 참조). 이르면 6월 도입되는 ‘디폴트 옵션’ 제도는 퇴직연금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윤영호 금융투자협회 정책지원본부장은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제 도입 이후 가장 큰 제도 개선”이라며 “금융취약계층도 연금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디폴트 옵션을 도입한 이유는 분산투자와 장기투자를 통한 수익률 제고인데, 원리금 보장상품이 주요 선택지에 들어 있는 등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향후 가입자 금융교육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싣는 순서
1. 자율 주행하는 펀드


2. 기지개 켜는 한국 퇴직연금

3. 자산-정기수입 TIF 시장도 시동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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