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리 1분기 추가인상 배제안해”… 내년 1.75%까지 갈수도

박희창 기자

입력 2021-11-26 03:00 수정 2021-11-26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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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 시대]
한은, 기준금리 0.75%→1.0% 인상



“기준금리 1%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인상한 뒤 이같이 말했다. 심상찮은 물가 상승세와 불어난 가계 빚, 자산 가격 급등세 등을 감안하면 선제적인 ‘제로금리 청산’에 이어 ‘돈줄 조이기’가 더 필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이 총재가 내년 1분기(1∼3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두세 차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75%까지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인플레 파이터’ 나선 한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0%로 인상했다. 한국은행 제공
한은이 8월에 이어 이날까지 3개월 새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인플레 파이터’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8월보다 0.2%포인트 오른 2.3%로 전망했다. 내년 상승률은 1.5%에서 2.0%로 더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국제 유가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 압력이 다른 부문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는 것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며 “공급 병목 현상이 길어진다면 상승 압력을 전방위로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치솟으며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꺾이지 않는 집값과 이에 따른 가계 빚 상승세도 3개월 만에 추가 인상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 가계부채는 9월 말 사상 최대인 1844조9000억 원으로 불어 올 1분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 9%가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재는 “일반인 서베이를 해보면 여전히 주택 가격 상승을 예상하는 게 남아 있다”고 했다.

미국의 빨라진 금리 인상 시계도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를 재촉하고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며칠 새 미국이 내년 2분기(4∼6월) 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더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0.7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 “내년 기준금리 1.75%까지 오를 수도”
국책연구기관 등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 경기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현재 금리 인상은 긴축이 아니라 정상화”라며 “위기 시 이례적으로 낮춘 금리는 경기 회복에 맞춰 조정하는 게 합당하다. 오래되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성장세도 견조하고 물가도 높고 금융 불균형이 여전히 높은 상황 등이 이어지면 1분기 금리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내년 초 금통위는 1월 14일과 2월 24일로 예정돼 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추가 인상이 어렵지 않겠냐는 일각의 견해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정치 일정이나 총재의 임기(내년 3월 말)와 결부해 통화정책에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 이후에도 기준금리가 한두 차례 더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제 사정은 다른 나라들보다 나은 수준”이라며 “현재 성장률 추세나 물가, 자산시장 상황 등을 보면 내년 말 기준금리가 1.25∼1.7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어지면 부동산시장이 숨고르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시장 위축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대출 규제, 보유세 부담 증가까지 더해져 급격한 수요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이 소수 의견으로 금리 동결을 주장해 만장일치를 이루지는 못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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