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 1조 자금 조성해 美 반도체-ICT 공격 투자

지민구 기자 , 곽도영 기자

입력 2021-11-26 03:00 수정 2021-11-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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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어 美 현지투자 가속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SK스퀘어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 3곳이 공동으로 미국 등 주요국의 첨단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 조성에 나선다. 시장에선 최대 조(兆) 단위 액수가 거론된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고 ICT 등 미래 역점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삼성에 이어 SK도 내년부터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의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SK텔레콤과 반도체·ICT 기업 투자를 위한 최소 수천억 원 규모의 공동 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별도의 특수목적법인을 세우거나 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모아 투자금을 집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자금 운용은 3사가 공동으로 맡을 계획이다. 내년부터 SK스퀘어, SK텔레콤, SK하이닉스 경영진이 참여하는 ‘3사 협의체’의 의사결정을 통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SK스퀘어는 이달 1일 SK텔레콤과의 분할로 설립된 SK그룹의 반도체·ICT 투자 전문 회사로, 박정호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반도체·ICT 투자금 조성 사업은 SK스퀘어가 독립 법인으로 신설된 후 첫 번째 공식 프로젝트다.


SK스퀘어 등 3사는 SK그룹 관계사 외에 글로벌 기업과 기관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등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플랫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분야 신생 기업 등에 대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처럼 일종의 ‘글로벌 투자 연합군’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박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 등을 찾아 현지 금융투자 업계와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SK스퀘어 등이 주도하는 반도체·ICT 투자 계획을 중점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2’ 기간에도 현지에서 글로벌 투자자를 접촉할 예정이다.

IB 업계에선 해외 기업, 기관까지 참여할 경우 SK스퀘어가 주도하는 전체 반도체·ICT 분야의 총투자금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투자 대상 지역은 AI를 접목한 반도체 설계 업체나 6세대(6G) 이동통신 등의 첨단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모인 미국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SK는 최근 그룹 차원에서 미국 투자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해 앞으로 미국에 520억 달러(약 61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K스퀘어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인텔의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부문을 약 10조3000억 원에 인수했다. 미국 외에 EU와 일본 등도 투자 대상 지역에 포함돼 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회사 설립 목적에 맞는 반도체·ICT 분야의 투자 계획을 갖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이재용 부회장의 미국 출장을 계기로 20조 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해 24일 발표했다. 5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이 부회장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버라이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의 첨단 ICT 기업의 경영진과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 투자와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불거진 반도체 공급망 불안과 미중 ICT 기술 경쟁 등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반도체와 ICT를 핵심 전략 산업으로 보고 공급망 확충과 기술력 확보를 위한 유인책을 펴고 있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반도체, 배터리, ICT 등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합의하기도 했다. 또 대만 TSMC 등 한국 기업의 경쟁사가 공격적으로 미국 현지 투자에 나서며 생산 시설,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움직임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며 “투자 등을 더 확대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의 공동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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