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1000원? 길거리 붕어빵, 고물가-코로나에 사라진다

이소정 기자 , 유채연 기자

입력 2021-11-24 17:02:00 수정 2021-11-24 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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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



“얼마 전에 손님이 와서 ‘옆 가게가 2개 1000원으로 올려서 안 간다’고 하는 걸 들어서 가격 안 올리고 그냥 버티고 있는데 솔직히 너무 힘들어요.”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12년간 붕어빵 장사를 해온 임모 씨(65)는 최근 장사 상황에 대해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임 씨는 지난달 평소 거래해오던 업체 사장으로부터 밀가루 반죽과 팥 1kg당 1000원씩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임 씨는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가스비가 3만 원대에서 만 원 가까이 인상됐는데 이제는 원재료 값에만 월 30만 원 이상이 더 들고 있다”며 “먹고 살려고 장사하는데 요즘은 진짜 가끔 눈물이 난다”고 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지난달 생산자 물가가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고물가의 영향으로 겨울철 시민들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 역할을 하던 길거리 간식들이 사라지고 있다. 노점상인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원재료 값까지 오르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코로나에 고물가까지 “장사 접은 곳 부지기수”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올해 국산 팥(40kg) 평균 도매가격은 47만5906원으로 지난해 36만9295원보다 10만6611원 올랐다. 2018년 35만2374원, 2019년 43만7568원과 비교했을 때도 급등한 수치다. 7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09.89로 1년 전에 비해 3.1% 상승했다. 이중 식용유의 값은 12.3% 올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10월 세계식량지수는 133.2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식량 가격은 시차를 두고 국내 가공식품에 반영되는 만큼 밀가루 가격 역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


노점상인들은 코로나19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길거리에서 겨울철 간식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12년간 호떡과 찐옥수수 장사를 해온 최모 씨(61)는 “지난달에 식용류 18L짜리 한통에 7000원, 가스비 만 원, 옥수수는 박스 당 3000원이 올라 어쩔 수 없이 메뉴판에 옥수수 값을 500원 인상했는데 단골손님들의 성화에 며칠 안 가 다시 원상 복구했다”며 “코로나로 길거리에 사람 자체가 줄어서 매출은 30%가량 줄었는데 물가가 오르다보니 오히려 장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건너편에 장사하던 가게들 중 이번 여름에 장사를 접은 곳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33년간 붕어빵 장사를 해온 김모 씨(80)는 “작년까지는 이정도로 물가가 오르지는 않았는데 10월 달부터는 반죽, 팥, 생크림 오르지 않은 게 없어서 도저히 남는 게 없다”며 “단골 위주 장사라 가격을 올리기가 힘들어서 7년간 3개 1000원 가격을 유지해왔는데 여기서 더 재료값이 오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겨울철 간식 공유하는 시민들
시민들은 사라지는 겨울 간식들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양천구에 거주하는 소모 씨(24)는 “초등학생 때부터 매 겨울마다 사먹던 붕어빵집이 올해 가을 무렵에 아예 사라져서 너무 아쉬웠다”며 “붕어빵을 사먹고 싶어도 예전에 비해 파는 곳도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비싸지는 붕어빵 가격에 ‘세천(세 개 천원) 붕어빵’ 가게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거나 ‘가슴 속 3천원’ 등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겨울 간식 가게 위치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연세대 정문 앞에서 붕어빵 장사를 23년간 해온 김흥만 씨(67)는 “붕어빵 3개에 1000원 팔면 수중에 남는 건 해봤자 230원 정도 뿐인데 입소문이 났는지 학생들이 ‘3개 1000원 하는 집이죠?’하면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민예원 씨(24)는 “그나마 보이는 붕어빵 가게들의 가격이 두 개 천 원인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인스타그램에 ‘붕어빵 3개에 1000원 하는 집 찾는다’고 글을 올리고 사람들한테서 ‘세천 붕어빵집’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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