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기획]버려지던 맥주 부산물, 간식-화장품으로 재탄생

김윤진 기자

입력 2021-11-24 03:00:00 수정 2021-11-24 03: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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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리하베스트’와 손잡고 밀가루 대체 ‘리너지 가루’ 만들어
공동TF 꾸려 규제 장벽도 허물어… 화장품 원료개발 스타트업 ‘라피끄’
맥주 효모로 만든 화장품 내년 출시… “원료 수급 안정, 클린 뷰티 구현”


푸드 업사이클(재활용) 스타트업인 리하베스트는 오비맥주로부터 맥주 생산 후 남는 부산물을 제공받아 밀가루를 대체할 가루로 가공하고 이를 에너지바로 제품화했다. 사진은 대기업인 오비맥주와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의 협업으로 탄생한 신제품 ‘리너지바’. 리하베스트 제공


맥주를 생산한 뒤 버려지던 찌꺼기가 에너지바 등 영양 간식과 화장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오비맥주가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과 손잡으면서 나타난 변화다. 대기업의 자본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합쳐지자 그간 마땅한 활용처를 찾지 못하던 맥주 부산물이 새로운 제품으로 변신하는 ‘업사이클(새활용)’ 순환이 가능해졌다.

서울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2019년부터 3년간 서울창업허브와 공동으로 ‘스타트업 미트업(Meet-Up)’을 추진하고 신생 기업과의 교류를 확대해 왔다. 친환경 및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신사업 발굴, 업무 효율화 및 자동화, 인공지능(AI)·빅데이터 활용이라는 굵직굵직한 목표를 내걸고 관련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외부 기술을 조달하기 위해 먼저 오비맥주는 회사 내부에 없는 기술에 대한 수요부터 파악하고 나섰다. 그 결과 친환경과 ESG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려면 폐페트를 재활용하거나 생분해 플라스틱을 이용하는 등 맥주 패키징을 바꿔야 한다는 것, 나아가 연간 30t 이상 생기는 맥주박, 효모, 알코올 등의 폐기물을 절감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
대기업이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자 스타트업들이 화답했다. 이에 오비맥주는 수차례의 만남을 통해 2019년과 2020년, 총 5개 기업과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화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그간 애물단지 취급을 하며 전량 폐기하던 맥주 부산물을 식품이나 화장품 등의 원료로 가공하는 데 성공했다. 대표적인 우수 사례로는 푸드 새활용 전문 스타트업인 ‘리하베스트’와의 파트너십이 꼽힌다. 현재 리하베스트는 오비맥주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맥주 부산물로 밀가루를 대체하는 ‘리너지(Re-Energy) 가루’를 제조하고 있다. 일반 밀가루와 맛은 비슷하지만 칼로리는 약 30% 낮추고 단백질과 식이섬유는 각각 2배, 21배까지 높인 이 가루는 현재 에너지바, 시리얼 등으로 제품화되어 식품 기업들에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까지만 해도 이런 맥주 부산물을 다른 상품에 활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다. 그런데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규제 완화라는 목표도 달성했다.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는 “원래 식혜 부산물 외에 맥주 부산물을 활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규제의 장벽이 높았다”며 “오비맥주와 의기투합한 뒤 규제 완화도 이뤄내고 원료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또 “원료, 공간, 자금처럼 눈에 보이는 지원뿐만 아니라 제품 인지도 제고 등 무형의 혜택도 누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원료를 무상으로 공급받게 되면서 원가도 크게 절감하고 경제성도 잡았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2020년, 이 회사는 카스 맥주로 만든 리너지바를 앞세워 소풍벤처스 등 임팩트 투자사와 CJ제일제당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도 거뒀다.

○ 제로 웨이스트 화장품도 개발
리하베스트와 유사하게 맥주 부산물로 화장품 원료를 제조하는 스타트업 ‘라피끄’도 현재 오비맥주 신사업 및 생산 부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원래 라피끄는 천연식물 소재의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던 기술 기업이었다. 그러던 중 오비맥주의 오픈 이노베이션 공고를 보고 기회를 포착했다. 이미 효모를 활용해 기능성 화장품을 만드는 신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막걸리 효모의 가능성을 발견했기에 맥주 효모로도 얼마든지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오비맥주 역시 라피끄의 개발 역량을 확인한 뒤 기업을 발탁했고, 효모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골칫덩이 찌꺼기들도 함께 활용해 줄 수 있을지 제안했다. 양사 협의 결과 맥주에서 나오는 모든 부산물을 활용해 쓰레기를 0%로 만드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없애기)’ 재활용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범주 라피끄 대표는 “화장품 업계에서도 최근 ESG와 제로 웨이스트가 화두인데, 지금까지는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며 “그런데 우리가 내용물의 새활용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기능도 개선하다 보니 화장품 업체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비맥주의 지원 덕분에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친환경 ‘클린 뷰티’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양사 간 신뢰를 기반으로 내년 오비맥주와 공동 브랜드 론칭까지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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