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플라스틱 이슈, 마케팅 아닌 진정성으로 승부해야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 정리=김윤진 기자

입력 2021-10-27 03:00:00 수정 2021-10-27 03: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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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위기를 브랜딩 기회로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 인간들은 강한 죄책감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적 가치’ 때문에 플라스틱은 최근 환경 보호와 관련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부상했다. 플라스틱 재활용과 자원의 선순환을 돕기 위해 기업들은 상품성이 뛰어난 제품을 그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매출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서 환경 문제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점에서 환경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플라스틱과 관련된 이슈가 특히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물 부족, 지구 온난화, 생물 다양성 감소 등 다양한 환경 문제 가운데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유독 관심을 받는 까닭은 플라스틱이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죽은 동물들의 모습 등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사람들이 큰 죄책감을 갖게 되는 등 감정적 가치까지 개입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 마케팅 말고 진정성
그런데 여전히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많은 소비재·유통 기업은 이 문제를 마케팅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업에 친환경 이미지를 심기 위해 광고를 내보내고 일회성 이벤트를 실시하는 데 그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방법은 과거에는 유효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린워싱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린워싱은 그린(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이 환경문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으면서 친환경 이미지만 꾸며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MZ세대 소비자들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그런 척하는 마케팅’을 분명하게 구분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눈속임으로는 이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플라스틱 문제를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무기이자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제품, 즉 디자인이 뛰어나고 품질이 우수하며 가격도 매력적인 제품을 친환경, 자원 선순환 활동에 포함시켜야 한다. 즉 소비자들이 갖고 싶어 하는 인기 제품 소비에 환경 보호라는 의미까지 더함으로써 제품의 구매 행위가 환경 문제 해결에도 저절로 도움을 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 ‘선한 영향력’을 갖게 하려면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먼저 친환경 제품의 ‘상품성’이 뛰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용기를 만드는 세정용품 브랜드 ‘메소드’의 경우 생분해되는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예술적인 디자인의 용기로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메소드 이전에 친환경 원료를 사용한 제품들이 모두 외적 매력보다는 실용성만 강조했던 반면, 메소드는 손 비누나 주방 세제를 아름다운 형태와 색을 가진 투명 용기에 담았다. 이에 따라 20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설립 12년 만에 매출 1억 달러를 기록했고, 2020년 매출은 3억 달러를 넘어섰다. 메소드가 상품성과 경제성을 모두 잡을 수 있었던 까닭은 결국 이 제품의 패키지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들도 흔쾌히 구매할 만큼 좋은 상품성을 갖춘 제품을 선보였다는 데 있다. 소비자들은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랐을 뿐인데 자신도 모르게 선한 영향력을 미친 것이다.

둘째, 수요가 많은 시장에서 친환경 제품이 팔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신발 브랜드 ‘로티스’의 창업자들은 2012년 요가 레깅스 열풍에 어울리는 신발이 없다는 데 주목하고, 이 시장에서 많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가볍고 편안하면서도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여성용 플랫 슈즈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원사를 사용해 3D 직조 방식으로 제품 생산에 나섰다. 이음새가 없고 신축성이 높은 로티스의 플랫 슈즈는 2016년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약 2년 만에 연간 판매량이 100만 켤레를 넘어섰다. 이런 경제적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로티스가 플라스틱 순환에 기여한 정도다. 2021년 2월 기준 로티스가 재활용한 플라스틱병은 7600만 개가 넘는다. 이처럼 로티스는 제품에 재활용 자원을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아직 시장에 없던 ‘가볍고 편안한’ 신발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킴으로써 친환경적 성격이 아니더라도 큰 성공을 거둘 만한 시장을 선점했다.

셋째, 모든 제품에 재활용 자원을 적용하는 전반성도 중요하다. 영유아용 장난감을 재활용 자원으로 만드는 미국의 ‘그린토이즈’는 버려진 우유통을 재활용해서 장난감으로 재탄생시켰다.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폐기물을 만지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위험도 있었지만, 그린토이즈는 단순히 모든 제품과 포장재를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드는 것을 넘어 뛰어난 품질로 이런 거부감까지 극복했다. 그 결과 그린토이즈는 현재 미국 장난감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됐고 지금까지 재활용한 우유통의 개수 역시 1억1100만 개가 넘는다.

이 같은 기업들의 브랜드는 상품성이 뛰어나고 수요가 많은 제품에 재활용 자원을 최대한 많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기업이 주력 제품은 그대로 둔 채, 재활용 자원으로 만든 에코백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의 이벤트성 활동만 펼치는 것은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쓰레기를 나눠주는 것과 같다. 품질, 디자인, 가격 등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환경 보호 사이의 딜레마를 해소해줄 때 기업은 돈도 벌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충성 팬까지 확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kyukim@yonsei.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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