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마력 자랑 그만”… 미래차, 디지털 능력 겨룬다

신동진 기자

입력 2021-10-25 03:00:00 수정 2021-10-25 03: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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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디스플레이-공간 경쟁 가속


현대자동차는 최근 독일에서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스티어링휠(운전대)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둥근 운전대가 계기판 시야를 가리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아예 화면을 품은 운전대를 고안한 것이다.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슬라와 도요타자동차는 상단 테두리를 없애고 비행기 조종간처럼 만든 ‘요크 스티어링휠’을 일부 모델에 옵션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8월 말 인스타그램에 운전대 대부분을 디스플레이로 채운 직사각형 모양의 콘셉트 핸들을 공개했다. 게임기처럼 생긴 가운데 스크린에 도로 상황, 주행 방향 등 운행 정보를 증강현실(AR)로 띄운다는 발상이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미래차 개성을 드러내는 ‘내장 성형’이 활발해지고 있다. 초기 전기차의 가늠자였던 배터리 성능이 400km(1회 충전당 주행거리) 이상으로 상향 평준화되면서 탑승자 가독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가 차세대 경쟁력의 주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센터페시아(대시보드 중앙)에만 달린 것으로 생각되던 디스플레이는 이제 조수석까지 확장 일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4분기(10∼12월) 중 국내에 출시할 플래그십 전기차 세단 EQS는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스크린 하나로 통합한 56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테슬라 대항마’ 루시드의 첫 전기차(에어)는 34인치, 내년 출시될 캐딜락 리릭은 33인치 스크린을 장착한다. 테슬라 17인치 터치스크린(모델S)에서 시작된 전기차 디스플레이 사이즈 경쟁은 20인치 이상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국산 준중형까지 확대되고 있다.

화면이 커지는 이유는 전기차 본성과 무관하지 않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가정집에서 며칠은 쓸 수 있는 전기를 충전해 놓을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에너지 다소모 전자장비의 사용이 가능해졌다. 차량 내 공간 활용성이 커지고 관련 소프트웨어가 고도화되면서 큰 화면을 쓸 일이 많아지는 추세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인디EV는 내년 말 출시를 목표로 게임용 PC가 내장된 전기차 시제품을 최근 공개했다. 인텔 i7 프로세서와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차에서 15인치 디스플레이로 가상현실(VR)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GM은 첫 전기트럭 허머EV에 현실과 구분하기 힘든 그래픽으로 유명한 ‘언리얼 엔진’ 게임 플랫폼을 적용했다.

차량 성능을 스마트폰 무선으로 자동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무선업데이트(OTA)도 HMI 진화를 돕고 있다. 볼보는 전기차 배터리 최적화를 위해 자동으로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애플리케이션을 OTA로 배포했다. 제네시스는 전기차 GV60 OTA 범위를 첨단운전자보조 시스템 등까지 확대했다.

앞 유리 작은 정보창에 불과했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변신을 준비 중이다. 파나소닉은 유리창에 차량 속도뿐 아니라 보행자와 장애물, 진행 방향, 구조물 높이 등을 표시하는 AR HUD의 상용화 시점을 2024년으로 예고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 성능 기준이 더 이상 속도나 마력이 아닌 디지털 처리 능력으로 옮겨지고 있다. 전기차용 콘텐츠 확대와 자율주행 발전에 따라 자동차 디스플레이와 공간 경쟁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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