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팀 ‘T1’ 아카데미, 프로게이머 키운다

김도형 기자

입력 2021-10-18 03:00 수정 2021-10-18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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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컴캐스트 합작 세계적 구단서 10대 14명 뽑아 교육프로그램 진행
日 소프트뱅크팀서 훈련생 파견도… 내년 e스포츠시장 3조5000억 규모
기업들, MZ세대 타깃 마케팅 나서


국내 대표적인 e스포츠 팀인 ‘T1’의 선수들이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열린 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대회에서 승리를 거두고 자축하는 모습. T1 제공
“1 대 1 싸움 잘해주면서 챔피언(캐릭터)을 키운 만큼 경기 중반 이후에 팀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야 될 것 같아.”

8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T1’ e스포츠 센터. 컴퓨터 6대가 놓인 강의실에선 ‘리그 오브 레전드’(LOL) 유명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올해 초 은퇴한 ‘운타라’ 박의진 코치(25)가 중학생 주준영 군(15)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SK텔레콤이 컴캐스트와 함께 운영하는 세계적인 e스포츠 구단 T1이 지난달 문을 연 ‘T1 아카데미’의 수업 모습이다.

T1 아카데미는 주 군처럼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는 10대를 위해 프로 구단이 개설한 첫 교육 프로그램이다. 서류 및 경기 심사를 통해 5 대 1에 이르는 경쟁률을 뚫은 14명의 학생들은 지난달 말부터 화·금요일 오후에 수업을 듣는다. 경기 수원시에서 아카데미로 통학하는 주 군은 “상위 수준에 올라선 뒤에는 실력이 정체돼 있었는데 좋아하던 정상급 프로게이머의 지도를 받아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프로게이머 출신 코치진 2명을 갖춘 T1 아카데미는 LOL이 5 대 5 팀 경기인 점을 감안해 앞으로 코치진을 5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3군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LOL 최강으로 꼽히는 페이커(이상혁·25)를 보유한 강팀이지만 정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뛰어난 선수가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카데미에서는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팀의 e스포츠 훈련생 4명이 연습게임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한국으로 건너와 집중 훈련을 받고 있다. 2019년 e스포츠 팀을 창단한 소프트뱅크가 주전선수로 육성하기 위해 한국으로 파견한 선수들이다.


유수의 기업들이 e스포츠 팀을 만들고 우수선수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글로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e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전 세계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지난해 8억6900만 달러(약 1조 원)에서 2022년 29억6300만 달러(약 3조5000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T1의 경우 BMW와 나이키, 레드불, 삼성전자, 하나은행 등의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9년부터 국내 LOL 프로 리그(LCK)를 후원하고 있고 기아는 또 다른 e스포츠 팀인 ‘담원 기아’의 네이밍 스폰서로 나섰다. 기아는 실제로 MZ세대가 기아 브랜드를 보다 젊고 친밀하게 느끼게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스포츠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구기 종목 팬의 평균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e스포츠에 대한 마케팅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철 T1 경영지원본부장은 “세계적으로 평균 관람 연령이 40, 50대 이상인 구기 종목과 달리 10, 20대가 즐긴다는 점이 일찌감치 고객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기업이 e스포츠 마케팅에 힘을 쏟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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