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발견 100주년… 당뇨병을 ‘관리하는 병’으로 바꾸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10-18 03:00:00 수정 2021-10-18 03: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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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서 분비… 식사 후 혈당 낮춰줘
캐나다 의학자 밴팅이 처음 찾아내
‘당뇨병 말기의 마지막 치료법’ 오해
치료 비율 6% 그쳐 인식 개선 시급


당뇨병 치료를 위해 인슐린이 든 펜형 주사기를 맞고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병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만 해도 ‘죽음의 병’으로 불렸다. 진단 후 불과 한 달 만에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인류가 이 불치병의 공포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병’으로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인슐린의 발견이다.

하지만 위대한 발견에도 불구하고 인슐린 치료는 아직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인슐린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슐린 치료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깨고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 소아 환자 기대수명 1.3개월→45년

인슐린은 1921년 캐나다 의학자 프레더릭 밴팅이 개의 췌장에서 처음 발견했다. 이듬해 14세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주사하면서 첫 치료가 시작됐다. 1923년에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인슐린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인슐린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돼 식사 후 올라간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어느 정도 나오는 2형 당뇨병은 식사 조절과 운동, 경구용 혈당강하제 복용으로도 대부분 충분한 혈당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몸속에서 인슐린을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1형 당뇨병은 인슐린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성래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1920년대 초만 해도 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10대 환자의 기대수명은 1.3개월에 불과했지만 인슐린 발견 후 45년까지 길어졌고 10대 미만 환자 사망률도 6분의 1로 줄었다”며 “인슐린 치료가 혈당을 정상 수치로 빠르게 조절하고 고혈당에 따른 합병증을 예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첫 발견 이후 100년간 인슐린은 전 세계 당뇨병 환자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삶의 질도 끌어올렸다. 인슐린 생산도 훨씬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1955년 소 인슐린의 아미노산 배열이 밝혀진 뒤 유전자재조합 기술이 개발된 덕분에 1978년에는 인간 인슐린의 합성과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동물 인슐린 치료에서 생기는 부작용 문제도 해결됐다. 최근에는 인슐린의 단백질 구조를 조금씩 바꿔 몸속에서 분비되는 인슐린만큼 혈당 조절 효율도 뛰어나고 작용 시간도 긴 인슐린도 개발됐다.

인슐린을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도 개선됐다. 오랫동안 환자들은 주사기로 병에 든 인슐린을 적정량 빼서 맞아야 했지만 이제는 인슐린이 일정량 들어 있고 바늘도 매우 가늘어 통증이 거의 없는 펜형 주사기가 쓰인다. 김 총무이사는 “최근 산학계에서는 주 1회, 월 1회만 주사할 수 있도록 반감기를 늘린 인슐린이나 경구용 인슐린, 또는 센서로 혈당 변화를 감지해 인슐린을 적정량 분비하는 인공췌장도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회적 편견 탓 환자 절반 이상 치료 거부… 교육과 인식 개선 필요

하지만 인슐린 치료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당뇨병 환자는 27.7%나 늘었지만 같은 기간 당뇨병 환자 중 인슐린 치료를 받는 비율은 8.9%에서 6.4%로 오히려 줄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제대로 치료받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인슐린 치료에 대한 대표적 오해는 ‘당뇨병 말기의 마지막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총무이사는 “당뇨병 치료는 인슐린 분비량이나 고혈당에 따른 다뇨와 체중 감소 정도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며 “인슐린 치료는 당뇨병의 다양한 치료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슐린 치료를 받으면 중독되거나 평범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오히려 주삿바늘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으로 인슐린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고혈당 상태에서 당뇨발, 뇌중풍(뇌졸중), 심뇌혈관질환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김 총무이사는 “적절한 치료로 혈당을 잘 관리하면 건강한 사람처럼 활동할 수 있다”며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치료에 대해 꾸준히 교육하고 사회적으로도 인슐린 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인슐린 발견 100주년을 맞아 당뇨병과 인슐린 치료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알리기 위한 ‘인슐린 100주년 뮤지엄’(insulinmuseum.co.kr)을 열었다. 윤건호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당뇨병 치료에서 인슐린 주사는 결코 최후의 치료 방법이 아닌 치료 과정의 일부”라며 “인슐린을 활용한 적극적이고 빠른 치료는 당뇨병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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