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마케팅’ 알고보니 ‘그린워싱’

사지원 기자

입력 2021-10-12 03:00 수정 2021-10-12 03:0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옥수수 운동화-버섯 균사체 가방 등… ‘가치소비’ MZ세대 겨냥해 생산
“의류 폐기물 해법은 없어 모순” 비판… 충전기 뺀 애플-스타벅스 다회용컵
“실제 효과 의문… 소비자 기만” 지적


스타벅스의 리유저블컵(위쪽 사진)과 패션업체 H&M이 포도 껍질과 씨 등을 원료로 만든 가방. 최근 ‘친환경 마케팅’을 내세우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과장된 환경보호 마케팅이 오히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사 제공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정모 씨(30)는 자연친화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는 스마트폰 케이스를 써왔다. 하지만 최근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도 섭씨 58도 내외의 고온 환경이 아니라면 잘 분해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정 씨는 “‘친환경’이라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치소비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친환경 제품이 쏟아지지만 실제 환경보호 효과가 의문시되는 제품이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이 매출을 늘리려고 친환경 마케팅을 남용하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친환경 옷 대량생산, 의류 쓰레기 늘릴 뿐”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계는 친환경 마케팅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찌는 밀과 옥수수로 만든 비건 운동화, 루이비통은 버려진 실크로 액세서리를 만들었다. 에르메스는 올해 버섯 균사체로 만든 가방을 출시한다. 국내 패션업체도 폐페트병, 사과 껍질 등 다양한 친환경 원료로 만든 의류와 신발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이 ‘그린워싱(위장 환경보호 행위)’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친환경 신제품임을 내세우지만 신제품 대량생산으로 의류 폐기물이 그만큼 많이 나오는 한 실제 환경보호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의류는 대체로 일반쓰레기로 버려지기 때문에 재활용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폐기물 발생에 대한 근본 해법 없이 친환경 원료 사용을 강조한 신제품만 계속 출시하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늘리는 데 친환경 마케팅이 이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말 애플은 ‘친환경’을 명목으로 아이폰12 구성품에서 충전기를 제외했다. 당시 애플은 충전기를 빼면 포장재 크기를 줄여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해 논란이 됐다. 당시 애플은 소비자가 충전기를 별도 주문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학생 최예리 씨(22·여)는 “친환경을 내세웠지만 기업의 원가 절감을 위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 소비자들, 과대포장 마케팅에 거부감

친환경 마케팅이 크게 늘면서 상당수 소비자들은 행사 취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달 28일 스타벅스는 리유저블컵(다회용컵) 제공 행사를 하면서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를 부각했지만 일부 소비자는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했다. 윤나민 씨(20·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주지는 않으면서 다회용컵으로 이벤트를 하다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논란 이후 개인 텀블러 사용을 허가하기로 지침을 바꿨다. 하지만 매년 기획상품(MD)을 지나치게 많이 출시한다는 점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진 만큼 제품 생산 과정 중 환경오염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의 환경 감수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기업의 과장된 마케팅에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특정 부분만 지나치게 부각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워싱
실질적 친환경과 거리가 먼데도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 기업이 제품 생산 중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시키고 재활용 같은 일부만을 부각시키는 행위를 들 수 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