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비상경영’ 1년6개월…항공업계 직원들의 눈물겨운 버티기

뉴스1

입력 2021-09-19 08:50 수정 2021-09-19 08:5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승무원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1.3.11/뉴스1 ⓒ News1

#. 저비용항공사 직원 A씨는 무급휴직 기간이 길어지자 카페, 사진관, 분양사무소 안내데스크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월 150만원에 그치는 무급휴직 지원금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지원금이라도 받으려면 수입이 제한적인 시급제 일만 해야 해 앞이 막막하다.

#. 항공사 직원 B씨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땄고 현재 재경관리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조치에 유급휴직으로 임금의 약 70%를 받고 있지만, 언제 무급휴직으로 전환되고, 일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B씨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 보단 평소 관심 갖고 있던 자격증을 따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악몽을 겪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이 유·무급휴직, 순환휴직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지도 1년6개월째다.


◇유급 및 순환휴직 1년6개월째…아르바이트 전전하며 버텨보지만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무급휴직 및 순환휴직으로 수입이 줄어든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 여름 휴가철을 시작으로 국제선 여객수요가 회복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델타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여객수요 정상화가 또 한 번 미뤄지면서 지금도 객실 승무원 60%~70% 이상은 휴업 중이다. 최근 항공사들이 국내선 증편에 적극 나서면서 휴업 비율이 소폭이나마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승무원이 고용불안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들은 줄어든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남성들은 배달 서비스, 택배 상하차, 대리운전 등에 나서고 여성들은 카페 아르바이트, 안내데스크, 피팅 모델, SNS 마케터 등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심지어 개인 방송 장비를 마련해 인기 유튜버에 도전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동안 아르바이트도 몰래 해야 했다. 겸직 금지 조항에 따라 추가 소득이 발생하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올해 3월부터 고용노동부가 유급휴직자 중 일용근로(1개월 미만)나 단시간 근로(주 15시간 미만)로 추가소득이 발생할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면서 조금 나아졌다.

타 업종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항공업계에서 다른 업계로 이직을 준비한다는 글이 계속 올라온다. 면접장에 갔더니 절반이 승무원이었다는 웃지 못 할 일도 소개돼 있다.

자녀가 있는 40대·50대 직원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경우도 흔하다. 학원비, 식비 등 고정 지출을 최대한 줄여도 고용유지지원금 만으론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연차가 높은 조종사들은 휴직 상태로 버티거나 퇴직을 앞당기기도 한다. 사무직과 승무원들은 이직을 고려할 수 있지만, 조종사나 정비사는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기도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15년 이상 고연차 조종사들은 많은 비용을 투입해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다른 일을 시작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원금 지급기간 두 차례 연장에도 11월 종료…실업대란 우려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저가항공 여객기들이 보이고 있다 2021.1.10/뉴스1 ⓒ News1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휴직급여(평균임금 70%)의 최대 90%까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티며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항공업과 여행업 등 15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면서 해당 기간엔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을 하지 못하게 했다. 올해 상반기 6개 항공사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해 46.8% 감소했지만, 고용은 4.8%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항공업계는 실업대란을 우려하며 만료일이 다가올 때면 지속적으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 연장을 촉구해왔다.

고용노동부도 당초 1년에 최대 6개월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지난 6월 지원 기간을 3개월 연장한 데 이어 9월에 1개월을 더 연장했다.

그러나 오는 11월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무급휴직 전환, 정리해고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급휴직은 임금의 70%를 보전받는 유급휴직과 달리 임금의 50%만 보전받을 수 있는 데다 상한액도 198만원에 그친다.

항공업계는 국제선 정상화가 요원해진 만큼 추가 연장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달 연장으로 당장은 연명하겠지만, 올해 연말까지 전향적인 지원이 검토 됐으면 한다”며 “LCC 경우 고용유지지원금뿐 아니라 운영자금 부족 문제도 심각한 상황인 만큼 항공업계에 대한 추가적인 정책자금 지원도 적시에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