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컨소시엄 보유 교보생명 지분… “신창재, 어떤 값에도 사줄 의무 없다”

박희창 기자

입력 2021-09-17 03:00 수정 2021-09-17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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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결정 확인… 해석 놓고 2R 공방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이 3년간 끌어온 ‘풋옵션(지분을 미리 정한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 가격’ 분쟁이 국제중재 법원의 판결 이후 풋옵션 권리를 둘러싼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국제중재 재판부가 ‘FI가 보유한 지분을 가격과 상관없이 신 회장이 매수할 의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FI의 풋옵션 행사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판정부는 6일 어피니티가 제시한 40만9000원뿐만 아니라 다른 가격으로도 신 회장이 풋옵션을 사줄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초 풋옵션 계약을 맺을 때 가격 결정 과정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피니티의 일방적인 풋옵션 행사만으로는 해당 주식의 매매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 회장이 어피니티의 보유 지분을 사주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는 “ICC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면 풋옵션이 유효하더라도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ICC 중재 재판은 단심제로, 이번 결과는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하지만 어피니티 측은 이 내용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어 양측의 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피니티 측은 “(ICC 결론은) 신 회장이 풋옵션 가격을 재산정할 평가기관을 아직 선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주식 매수 의무가 없다는 의미”라며 “신 회장은 풋옵션 조항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교보생명 측은 “어피니티의 주장은 판정문에 반하는 허위 주장”이라며 “풋옵션 행사는 유효하지만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 회장이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3년 가까이 이어져 온 양측 간 갈등의 핵심은 풋옵션 가격이었다. 어피니티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진 교보생명 지분(24%)을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하며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2018년 10월 어피니티는 40만9000원에 주식을 되사라고 요구했지만 신 회장이 가격의 적정성 등을 문제 삼으며 받아들이지 않자 2019년 3월 ICC에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손해배상과 추가 중재 여부를 둘러싸고도 양측은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어피니티 관계자는 “신 회장에게 가격 평가기관 재선임을 위한 강제 명령을 내려 달라는 추가 중재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이 손해배상금을 산정해 청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이번 중재에서 FI는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고, 중재 판정부가 양측 간 분쟁의 모든 요소는 반드시 이번 중재 절차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결론 내린 만큼 다른 추가 중재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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