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반도체 자립” 본격 시동… 글로벌 패권경쟁 가열

임현석 기자

입력 2021-09-17 03:00:00 수정 2021-09-17 03: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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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반도체법’ 만들어 생산 지원
“단순 경쟁 넘어서 기술주권 달려”
연구개발 강화하고 공급망도 정비
백악관, 23일 반도체회의 또 소집



“(반도체는) 단순 경쟁을 넘어선, 기술 주권에 관한 문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5일(현지 시간) 유럽의회 연설에서 ‘반도체 주권’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 중국에 이어 유럽도 자체 육성과 지역 내 생산시설 유치 등으로 반도체 자립을 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유럽 반도체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첨단 유럽 반도체 생태계를 함께 만들기 위해 연구 투자뿐 아니라 공급 안정체계를 갖춰나가겠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앞서 올해 3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향후 10년 안에 세계 반도체 제품의 최소 20%를 EU 내 공장에서 생산한다는 내용을 담은 ‘2030 디지털 컴퍼스’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자립을 위한 EU 차원의 법·제도적 지원 정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EU는 코로나 경제회복기금 중 1345억 유로(약 186조 원)를 투입해 반도체 생산 확대에 지원한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유럽이 반도체 업체 유치를 비롯해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는 건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유럽 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거듭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 규모가 올 1분기(1∼3월)에만 100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1990년대에 35%에 이르던 글로벌 시장 내 유럽 반도체 생산 비중은 지난해에 9%까지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 대만, 일본 등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는 가운데 유럽이 역내 생산 개발 반도체의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EU 집행위는 프랑스, 독일 등에서 연구역량이 강한 대학 등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고 공급망 정비에도 나설 방침이다. 수혜 대상이 될 기업으론 최근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한 미국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이 꼽힌다. 인텔은 최근 유럽 지역에 최대 800억 유로(약 110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2기를 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유럽서 전기차 등 새로운 반도체 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삼성전자 대신 인텔이 EU 지원 속에 주도권을 쥘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각국이 역내 산업과 연계해 반도체 개발·생산을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23일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등을 소집해 ‘반도체 공급망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 4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 최고경영자(CEO) 화상회의에 참석해 자국 내 투자를 주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 정부가 개최한 두 차례의 반도체 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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