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57% “추석에 단기 알바” 나섰지만… 알바구하기는 별따기

동아일보

입력 2021-09-13 03:00 수정 2021-09-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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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시급 알바 추석대목’은 옛말


대학생 원지웅 씨(25)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형마트 등에서 추석 선물을 포장하고 진열하는 ‘단기 알바’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원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밤 시간대 알바 자리가 거의 없어졌다”며 “시급이 높은 추석 알바를 꼭 하려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면서 일자리를 잃은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들이 추석을 앞두고 높은 시급을 받는 단기 아르바이트로 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127만4000명으로 1990년(119만5000명)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다.

○ 취준생 57.2% “추석에 알바하겠다”
올해는 추석을 가족과 보내는 대신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벌겠다는 청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알바 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최근 취업준비생 3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2%(186명)가 “추석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7월까지 학교 앞 카페에서 일했던 대학생 박모 씨(24)는 카페가 폐업해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추석 단기 알바를 알아보고 있다. 박 씨는 “일을 그만둔 뒤로 알바 자리를 계속 찾고 있지만, 요즘은 정규 알바를 뽑는 곳이 거의 없어서 일단 단기 알바라도 하려 한다. 이번 추석에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다음 달 생활비가 부족할 것 같다. 일이 많이 고되더라도 택배 상하차 업무라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단기 알바 구직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한다. 추석 알바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취준생 서모 씨(27)는 “코로나19 이전엔 웬만한 곳은 지원만 하면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10군데 지원하면 1군데서 연락이 올까 말까다. 공고를 보고 연락하면 이미 마감됐다고 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면접 과정도 예전에 비해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 코로나 불경기로 단기 알바 채용도 줄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추석 대목에 알바를 여러 명 채용했던 자영업자들도 요즘은 채용 규모를 줄이는 경우가 많다.

충남 천안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전모 씨(49)는 지난 주말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추석 단기 알바 1명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올렸다가 지원자가 10명 이상 몰려 하루 만에 글을 내렸다. 지원자 10명 중 7명은 20대 대학생이었다. 그는 “명절 알바 자리는 20대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래도 고객 응대가 중요한 업무라 경험이 많은 30대 여성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51)도 “예전엔 추석을 앞두고 가족 단위 예약이 몰렸지만 지금은 인원 제한 때문에 예약이 거의 안 들어온다. 그땐 명절 연휴에 2, 3명씩 더 채용했었는데 올해는 있던 직원들도 그만두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포구에서 떡집을 하는 김모 씨(53)는 “코로나19 이전엔 단기 알바를 3, 4명은 썼는데 올해는 1명만 쓰기로 했다. 여러 명 채용할 때는 대학생들도 썼는데 1명으로 줄이다 보니 경험이 많고 일처리가 빠른 40, 50대 주부를 고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박정훈 인턴기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4학년
이채완 인턴기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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