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필요없는 ‘친환경 수소’ 생산… 폐열에서 답을 찾다

동아일보

입력 2021-09-13 03:00 수정 2021-09-13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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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생산량 중 76%, LNG서 추출
단가 낮지만 이산화탄소 발생시켜… 수전해 기술은 상대적으로 고비용
버려지는 열로 물 분해 기술 ‘주목’, 반응 온도 낮춰주는 촉매 등 연구


포스텍에 구축된 열화학 물 분해 수소생산 연구시설. 1000도 이하의 중저온 수소 생산 반응과 물 분해 시 발생한 산소 측정, 화학반응 시 반응온도 모니터링 장비 등을 갖췄다. 포스텍 제공
국내 15개 대기업이 ‘원팀’으로 뭉친 ‘수소기업 협의체’가 8일 출범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 에너지로 수소가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과 활용 등 수소경제를 구성하는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소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수소경제를 구현하려면 친환경적인 수소를 뜻하는 ‘그린 수소’의 생산이 급선무다. 현재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 생산 기술은 물에 전기에너지를 가해 전기분해로 수소를 얻는 ‘수전해’가 대표적이지만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느냐에 따라 진짜 친환경적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동 중인 고온 원자로나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버려지는 폐열을 이용한 열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가 국내에서 시도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진현규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1000도 미만의 열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열화학 물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 전 세계 수소 생산 대부분은 ‘개질 수소’에 의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9년 발표한 보고서 ‘수소의 미래’에 따르면 연간 전 세계 수소 생산량 약 7000만 t 가운데 76%는 액화천연가스(LNG)에서 추출하는 ‘개질 수소’에서 나온다. LNG 성분 메탄에 800도 이상의 고온 고압 증기를 주입하면 촉매를 통해 화학 반응으로 메탄에서 수소가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친환경 수소 생산과는 거리가 멀지만 생산 단가가 싸다는 게 장점이다.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 수소’도 있다. 석유를 정제하는 화학반응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수소로 국내에서 대부분 석유화학 공장이 자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전해’는 전기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친환경적이라는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수전해에 활용되는 전기에너지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얻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생산 효율과 단가도 문제다. 1kg의 수소를 생산하는 데 개질 수소 생산 비용보다 통상 2배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적은 전기에너지로 더 많은 수소를 생산하는 효율적인 수전해 촉매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IEA는 같은 보고서에서 “수전해로 얻는 그린 수소는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0.1% 이하”라고 밝혔다.


○ 열에너지로 수소 생산…버려지는 폐열 활용

진 교수 연구팀이 연구 중인 ‘열화학 물분해 기술’은 수전해와 유사하지만 전기에너지가 아닌 열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이다. 개질 수소에 비해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동시에 버려지는 폐열을 활용해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열화학 물분해를 하려면 2000도 이상의 매우 높은 온도의 열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저온의 열에너지로 화학반응을 이끌기 위해 촉매물질을 사용해도 현재 기술로는 1300도 이상 고온의 열에너지가 필요하다. 화력발전에서 나오는 폐열의 온도가 약 600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기 힘들어 상용화하기 쉽지 않다.

진 교수는 “반응할 수 있는 열에너지의 온도를 낮춰야 기존 발전소의 폐열이나 화학 공장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재활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 연구팀은 현재 열화학 물분해 화학 반응에 필요한 열에너지의 온도를 1000도 미만으로 낮추는 새로운 촉매물질과 반응 메커니즘을 연구 중이다.

해외에서는 열에너지의 온도를 낮추기보다 1300∼1500도 고온의 열에너지를 내는 열원을 확보하는 방향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태양열을 집적시켜 고온의 열에너지를 내는 연구가 활발하지만 설비에 많은 비용이 들어 수소 생산 단가가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진 교수는 “조만간 의미 있는 연구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며 “기술이 개발되면 기존의 발전소나 화학 공장 인프라는 물론이고 미생물·식물 등 생물 연료로 에너지를 추출하는 바이오매스 에너지로도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친환경 그린 수소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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