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쓰레기 늪’ 추락사고… 잡고 나올 밧줄은 없었다
부산=김화영 기자
입력 2021-07-27 03:00 수정 2021-07-27 14:50
부산 음식물자원화시설 가보니
20일 오전 3시 반 부산 강서구 생곡음식물자원화시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이 운영·관리하는 시설이다. 부산에는 하루 평균 739t의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는데 이곳을 포함한 6곳의 민간·공공시설에서 나뉘어 처리된다.
기자는 이날 음식물쓰레기 수거업체의 작업에 동행했다. 5t 트럭에는 밤새 해운대구 재송동에서 수거해 온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실려 있었다.
작업장 안으로 들어서자 더운 열기와 함께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어림잡아 가로세로 3m의 커다란 사각 저장고 4개가 땅속에 묻혀 있었다. 깊이는 대략 4∼5m 된다고 한다. 이날은 이 중 음식물쓰레기가 어느 정도 찬 저장고 2곳에서 처리 작업이 진행됐다.
반입된 음식물쓰레기가 처리되는 데는 30분 정도 걸렸다. 작업은 크게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먼저 저장고에 넣기 전에 물기부터 최대한 빼낸다.
차량 옆의 레버를 당기자 ‘웅’ 하는 굉음과 함께 음식물이 저장고로 밀려 내려갔다. 작업자들은 뒤처리 작업으로 차량 짐칸에 끼인 잔여물을 제거하려고 연신 호스로 물을 뿌려댔다. 트럭과 저장고 사이 공간이 1m 정도밖에 안 돼 작업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자칫 발을 헛디뎠다가는 저장고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기장군에서 발생한 사고도 이 과정이 문제였다고 한다.
쓰레기를 차에 싣는 일을 하는 김모 씨(60)는 “호스만으로 세척을 끝낼 수 있지만 오물이 안 떨어지면 빗자루나 삽으로 긁어내야 한다. 얼마 전에 일어난 사고도 삽으로 뒤처리하던 중에 미끄러져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13일 음식물쓰레기 수거업체 직원이 저장고에 떨어져 숨진 기장군의 민간업체도 이곳과 작업환경이 비슷하다. 사고가 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장에는 안전대책 없이 위험한 작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추락 방지를 위해 몸에 고정하는 로프는 물론이고, 추락 때 구조를 위한 사다리도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추락 때 잡고 나올 수 있는 밧줄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 6곳의 처리업체에 이런 구호장비가 설치된 곳은 예전에도, 지금도 없다”고 지적했다.
트럭 운전사 이모 씨(37)는 “안전난간을 설치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사방이 난간으로 된 별도 발판에 올라 뒤처리를 하면 저장고에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사다리와 로프 등 안전장치를 설치할 것을 각 처리업체 등에 지시했다. 근본 대책도 찾겠다”고 밝혔다.
정영주 부산노동권익센터 사무국장은 “청소 노동자가 생명을 걸고 생업에 뛰어드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며 “사고 때 빠르게 구출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20일 새벽 부산 강서구의 한 음식물쓰레기 처리 업체에서 청소 노동자가 수거 차량 짐칸에 끼인 잔여물을 물로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차량과 저장고 사이의 거리가 1m에 불과한 데다 바닥이 미끄러워 작업 중 넘어지면 저장고로 추락할
위험이 있지만 별다른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20일 오전 3시 반 부산 강서구 생곡음식물자원화시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이 운영·관리하는 시설이다. 부산에는 하루 평균 739t의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는데 이곳을 포함한 6곳의 민간·공공시설에서 나뉘어 처리된다.
기자는 이날 음식물쓰레기 수거업체의 작업에 동행했다. 5t 트럭에는 밤새 해운대구 재송동에서 수거해 온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실려 있었다.
○ 사다리 하나 없는 위험천만한 작업 환경
작업장 안으로 들어서자 더운 열기와 함께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어림잡아 가로세로 3m의 커다란 사각 저장고 4개가 땅속에 묻혀 있었다. 깊이는 대략 4∼5m 된다고 한다. 이날은 이 중 음식물쓰레기가 어느 정도 찬 저장고 2곳에서 처리 작업이 진행됐다.
반입된 음식물쓰레기가 처리되는 데는 30분 정도 걸렸다. 작업은 크게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먼저 저장고에 넣기 전에 물기부터 최대한 빼낸다.
차량 옆의 레버를 당기자 ‘웅’ 하는 굉음과 함께 음식물이 저장고로 밀려 내려갔다. 작업자들은 뒤처리 작업으로 차량 짐칸에 끼인 잔여물을 제거하려고 연신 호스로 물을 뿌려댔다. 트럭과 저장고 사이 공간이 1m 정도밖에 안 돼 작업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자칫 발을 헛디뎠다가는 저장고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기장군에서 발생한 사고도 이 과정이 문제였다고 한다.
쓰레기를 차에 싣는 일을 하는 김모 씨(60)는 “호스만으로 세척을 끝낼 수 있지만 오물이 안 떨어지면 빗자루나 삽으로 긁어내야 한다. 얼마 전에 일어난 사고도 삽으로 뒤처리하던 중에 미끄러져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안전대책은 ‘뒷짐’…뒤늦은 ‘대책’ 마련
이달 13일 음식물쓰레기 수거업체 직원이 저장고에 떨어져 숨진 기장군의 민간업체도 이곳과 작업환경이 비슷하다. 사고가 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장에는 안전대책 없이 위험한 작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추락 방지를 위해 몸에 고정하는 로프는 물론이고, 추락 때 구조를 위한 사다리도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추락 때 잡고 나올 수 있는 밧줄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 6곳의 처리업체에 이런 구호장비가 설치된 곳은 예전에도, 지금도 없다”고 지적했다.
트럭 운전사 이모 씨(37)는 “안전난간을 설치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사방이 난간으로 된 별도 발판에 올라 뒤처리를 하면 저장고에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 관계자는 “사다리와 로프 등 안전장치를 설치할 것을 각 처리업체 등에 지시했다. 근본 대책도 찾겠다”고 밝혔다.
정영주 부산노동권익센터 사무국장은 “청소 노동자가 생명을 걸고 생업에 뛰어드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며 “사고 때 빠르게 구출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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