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동남아 진격… “일본차 철옹성, 전기차로 뚫는다”

서형석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21-07-23 03:00 수정 2021-07-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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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인니 점유율 97% 압도적, 日언론 “전기차 투자엔 소극적”
인니 전기차 정책, 현대차에 기회… 年15만대 생산 새 공장 건설 중
내년부터 본격 전기차 생산 전망… 차부품 관세 없어져 또다른 날개



일본 자동차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전기자동차를 앞세워 현대자동차와 중국 자동차 기업이 적극 진출하고 있어 일본 자동차 업계가 경계해야 한다고 현지 언론에서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현대차는 동남아시아 양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에 1700억 엔(약 1조7700억 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신설 공장 생산 능력은 연간 15만 대로 지난해 인도네시아 자동차 판매량(53만 대)의 약 30%에 이른다. 연내 가솔린차 생산을 시작하고 2022년부터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 대수 기준으로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은 96.8%에 이른다. 도요타자동차가 30.3%, 다이하쓰공업이 17.1%, 혼다가 13.8% 등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차 업계는 1960년대부터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건설하며 진출했는데 대부분 가솔린차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네시아에서 1547대를 팔아 도요타 판매량(16만1256대)의 0.9%에 그쳤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2019년 대통령령으로 국내 신차의 20%를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하고 이와 관련한 지원책을 실시하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같은 해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했다. CEPA 체결로 한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 대부분의 관세가 철폐되자 현대차는 2019년 11월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원활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위해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1조3000억 원 규모로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공장 건설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의 동남아 공략은 차량 생산에 그치지 않는다. ‘이동’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8년 인도네시아 승차 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에 투자해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으로 자카르타, 싱가포르에서 전기차 호출 승차 사업에 나섰다. 기아는 전기차를 활용한 도심물류 실증사업을 싱가포르에서 추진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중국 창청자동차(長城汽車)가 옛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해 지난달부터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시작했고 2023년 안에 전기차 생산에도 착수할 계획을 내놓았다.

김경화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인도네시아에선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자동차 구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CEPA 체결에 따른 관세 철폐로 한국 자동차의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 등의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에 소극적이다. 2013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시행한 소형 친환경차 진흥책의 지원을 받아 이미 가솔린차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마쳤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들이 전기차 투자 경쟁에서 밀리면 과거 가전제품과 휴대전화에서 시장을 잃은 것처럼 자동차 시장도 한국, 중국 업체에 빼앗기기 쉽다”고 전했다.

경차에 주력하는 스즈키와 다이하쓰공업은 21일 도요타 등이 설립한 공동출자회사에 자금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각 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동화와 자동 운전 연구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연합 움직임을 동남아 시장 수성 전략의 하나로 풀이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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