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 소비자 충격 현실화”… 노트북 등 IT기기 가격 줄인상

곽도영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6-23 03:00 수정 2021-06-2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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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상승도 가격인상 압박…프린터값은 1년새 20% 올라
가격 안 올려도 할인혜택 등 축소
車반도체 수급난, 중고차값 껑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소비자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정보기술(IT) 기기 수요는 늘었는데 반도체 부족으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IT 기기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자동차 생산 차질을 가져온 데 이어 노트북과 프린터,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값 상승도 가격 인상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아수스(ASUS) 노트북 제품의 가격은 기존 900달러(약 102만 원)에서 950달러로 올랐다. HP의 프린터 가격은 1년 새 20%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미국 컴퓨터 및 전자제품 가격은 5월에 10년 내 가장 큰 인상 폭(2.5%)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족과 원자재 값 상승이 가격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은 앞서 예견돼 왔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통신칩을 만드는 브로드컴은 이달 3일(현지 시간)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원가 인플레이션을 지켜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더 비싼 값을 지불하는 것을 감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은 치열한 경쟁 탓에 플래그십 모델 가격 인상은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도체 부족으로 보급형 제품 출시를 미루거나 생산을 축소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체감될 것으로 보인다.

TV나 가전 업계는 원자재 값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 1분기(1∼3월) 보고서에 따르면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51% 상승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철강 원자재 가격이 7.5%, 플라스틱 사출 금형 과정에 쓰이는 레진은 7.4% 뛰었다고 밝혔다.

원가 인상분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할지, 유통사와 마진 재협상에 나설지 등에 대해서는 기업별로 고민이 큰 상태다.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은 TV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삼성이나 LG는 직접적인 소비자 가격 인상보다 소비자 프로모션을 줄이는 방식으로 ‘우회적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미엄 대형 TV나 가전 판매가 잘되고 있어 원가 인상이 감내할 만한 수준인 데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높은 부품 가격 협상력 덕에 다른 기업보다 수급이 원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인상 압박의 장기화다. 소비자 할인 혜택이 위축되다가 결국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시점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WSJ도 미국 전자부품협회 연구원을 인용해 “반도체와 원자재는 장기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아직 전체 전자제품에 원가 인상이 반영되지 않았다. 원가 인상은 단기적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계속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먼저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은 자동차 시장에서는 수개월 걸리는 신차 대기를 피해 중고차로 몰리는 추세다. 모바일 중고차 플랫폼 ‘첫차’에 따르면 6월 쉐보레 올 뉴 말리부와 벤츠 E클래스 5세대 등은 전월 대비 가격이 10% 이상 올랐다.

곽도영 now@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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