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정당한 보상을 원하는 MZ세대[Monday DBR]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정신과 전문의 , 정리=이규열 기자

입력 2021-06-14 03:00 수정 2021-06-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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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받는 사람이 많이 일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우리 회사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2019년 조직 문화를 진단하는 한 프로젝트에서 인터뷰 중 한 30대 직원이 보상과 관련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회사뿐 아니라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조직도 깊이 들어가 보면 보상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이 상당했다. 대부분의 기업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초, SK하이닉스의 한 직원이 전 사원에게 보낸 e메일로부터 시작된 성과급 논란은 재계 전반을 뒤흔드는 이슈로 자라났다. 그 선두에는 MZ세대가 있다.

알 수 없는 기준으로 평가받고 부당하게 보상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전 세대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성과급 이슈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크게 조명되고 있는 것은 MZ세대의 특성과 조직문화적인 환경 변화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부모보다 잘살지 못하는 첫 세대인’ MZ세대는 ‘언젠가는 조직이 나에게 잘해주겠지’ 하는 먼 훗날의 막연한 기대로 현재를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현재에 분명한 평가와 보상을 받기 원한다. 어릴 적부터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자라난 MZ세대에게 공정은 생존과 직결된 게임의 원칙이다. 자신이 제공한 노동만큼 성과급이 지급됐는지 검토하는 건 당연하다. 블라인드, 잡플래닛 등 회사의 정보를 나누고 의견을 하나로 수렴하는 비대면 플랫폼 등장도 성과급 문제를 집단적 반발로 키웠다.

MZ세대는 조직에 원한다. 보다 분명한 설명, 투명한 절차, 정당한 보상을 달라고. 조직은 어떻게 답해야 할까? 소통 차원에서 살펴보자.

우선 성과급 이슈가 남의 일이라는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90년대생들을 만나 보면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공기업이든 조직과 일에 대한 태도가 유사하다. 온라인에서 각 회사의 워라밸, 복지, 조직문화 등을 비교하면서 ‘좋은 회사’의 기준을 함께 정의하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조직 구조와 세대 구성에 따라 시기가 다를 MZ세대의 성과급 요구는 모든 조직에서 나타날 것이다. 성과급 문제를 일부 특이한 구성원들이 벌인 일로 치부하기보다는 우리 조직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예상하고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MZ세대의 요구를 ‘부당하다’ ‘틀렸다’고 생각하면 갈등의 평행선을 달리는 일만 반복된다. “나라면 저렇게 안 할 텐데 어쩌면 저럴 수 있나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대인관계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내 마음 같은 사람은 없고, 상대도 상대 나름의 이유와 방식이 있음을 존중해야 스트레스와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조직과 기성세대의 생각을 내려놓고 MZ세대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듣고 수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익명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성과 및 보상과 관련해 어떤 요구사항이 있는지 솔직한 의견을 받아 보는 방법이 있다. 블라인드와 같은 회사 외부 플랫폼에서 MZ세대가 의견을 모으는 것은 조직 내에 소통 창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안에서 터놓고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불만이 수면 위에 올라오는 일을 막고, 조직 내부에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물꼬를 틀 수 있다.

성과급에 대한 소통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성과급 규모나 산정 방식을 공개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많은 조직이 빠지는 함정은 왜 밝히기 어려운지 입 다물고 논란 자체를 덮어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정보를 막는다고 구성원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조직의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구직 사이트 ‘사람인’에서 직장인 12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의 89.4%가 성과급 산정 기준이 공개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SK하이닉스 논란 당시에도 젊은 직원들은 성과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부부 치료 중 한쪽이 “당신만 입 다물면 아무 문제없어”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어려움을 털어놓는 용기를 냈기에 상담을 통해 가족 내 문제가 해결될 기회를 얻은 것이다. MZ세대가 소환한 성과급 이슈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안정된 조직을 흔드는 부정적인 이슈로 치부하기보다 더 나은 조직이 되기 위해 서로 간에 소통하고 이해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 글은 DBR 6월 1호(322호)에 실린 ‘“불확실한 미래 보상보다 현재가 중요”, MZ세대는 투명한 소통을 원한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정신과 전문의 kmlee@mindroute.co.kr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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