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도 쓴맛도 내 맘대로… ‘맞춤형 채소’ 재배 시대 온다

강릉=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6-14 03:00:00 수정 2021-06-14 09: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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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푸드주크박스’ 개발 가속도

사물인터넷 기반 식물 재배 개방형 플랫폼 ‘푸드주크박스’ 내부. 적색과 청색 파장대의 LED 광원 아래 청경채가 재배되고 있다. KIST 제공
쌉쌀한 맛이 더 강하거나 장시간 보관이 가능한 상추를 직접 키우려면 수분과 양분, 빛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좀 더 부드럽고 쓴맛이 덜한 케일을 손쉽게 재배할 수는 없을까. 집에서 식물을 직접 길러 먹는 소비자들이 한번쯤 품을 만한 의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식물재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식물 성장에 필요한 빛, 수분, 온도 환경을 제공해 집에서 간편하게 일상 채소를 직접 재배하는 식물재배기로는 이 같은 맞춤형 재배 ‘레시피’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 분원의 정제형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기존 스마트팜 기술에 데이터 공유, 인공지능(AI) 분석을 결합해 식물의 생육 및 성분 특성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식물의 특성과 영양분, 맛 등을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는 식물 재배 레시피를 도출하는 게 목표다.

○ 음악 재생하듯 원하는 식물 재배 레시피 뚝딱
정제형 KIST 천연물연구소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푸드주크박스를 노트북으로 제어하고 재배 환경 및 생육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KIST 제공
스마트팜은 식물 재배에 필요한 빛이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배양액 등을 정보통신기술로 제어해 병충해 예방, 생산 효율성 향상 등을 꾀하는 기술이다. 식물 재배에 미치는 환경 요인들을 센서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최적의 재배 환경을 구현한다.


11일 KIST 강릉 분원에서 만난 정 선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연구를 시작해 빛이나 온도, 식물에 필요한 영양소를 제어하는 동시에 센서를 이용해 재배 환경 정보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수집·분석하고 식물 생육이나 특정 성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또 “궁극적으로 특정 식물의 형질을 발현시키기 위한 특정 조건을 도출하는 식물 재배 레시피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지정한 음악을 바로 재생하는 주크박스의 이름을 따 연구 중인 시스템을 ‘푸드주크박스’라고 명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푸드주크박스는 가로세로 50cm, 높이 90cm로 소형 냉장고 정도 크기다.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활용한다. 적색과 청색, 백색 LED를 모두 갖춰 사용자가 광량과 광질을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온도 조절은 정수기에서 주로 쓰이는 열전 반도체 소자 방식을 적용했다.

식물에 필요한 물과 영양분이 포함된 ‘양액’은 아래쪽에 달린 노즐을 통해 스프레이 방식으로 뿌리에 전달한다. 물에 뿌리를 담가 놓을 경우 오염이나 녹조가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양액에 포함된 영양분의 양을 측정하는 전기전도도 측정 센서도 갖췄다. 물에 녹아 이온화된 영양분의 양을 측정하는 역할이다.

내·외부 온습도 센서, 이산화탄소 센서, 전기전도도 측정 센서, 빛 센서 등은 모두 시스템 내에서 네트워크로 연결돼 연구진이 구축한 사물인터넷 기반 식물 재배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모든 데이터가 수집된다.

○ 올해 푸드주크박스 300개 보급
‘푸드주크박스’의 문이 열린 모습. KIST 제공
연구팀은 상반기(1∼6월)에 푸드주크박스 150대를 농업계 고등학교와 유관 연구기관에 보급했다. 성능을 일부 개선한 버전의 푸드주크박스 150대를 하반기(7∼12월)에 추가로 보급할 계획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차례 재배할 수 있도록 재배 작물은 상추와 청경채로 제한했다. 재배 환경 데이터를 수집해 통계 분석과 AI 분석에 나설 예정이다.

KOTRA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와 미국,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고 최근엔 바이엘 등 농화학 기업뿐만 아니라 구글, 알리바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팜 연구는 기존 기술에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클라우드, AI가 접목돼 진일보했다. 구글은 AI를 적용한 과일 수확 로봇이나 자동 분사 드론을 연구 중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은 식물의 맛이나 색감을 맞춤형으로 조절하도록 재배 환경을 미세하게 구현하는 ‘푸드 컴퓨터’를 개발 중이다.

정 선임연구원은 “맞춤형 식물 재배 레시피 서비스는 물론이고 식물 생육 상태나 특정 성분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재배 환경에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연구할 수 있다”며 “재배 환경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릉=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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