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값 천정부지… 1년새 160% 뛰어 제조업 비상

세종=구특교 기자 ,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5-12 03:00 수정 2021-05-12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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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경기호전에 철강수요 느는데… 호주 등 철광석 생산국들 공급 줄여
지난 6일 200달러 돌파후 연일 급등… “인건비-코로나-원자재값 삼중고”
철판 제조업체 등 경영난 호소… 조선업계는 中과 가격경쟁 큰 부담
“정부차원 체계적 대응 방안 마련을”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1고로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철광석을 녹여 쇳물로 만들고 있다. 최근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자 철강제품을 쓰는 자동차·조선·가전업계가 원가 부담과 수급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철광석 값이 미친 듯이 올라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멈출 지경입니다.”

강원 강릉시의 철판 제조회사 사장 A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철광석 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치솟고, 철강재 가격도 지난해 말에 비해 50∼60%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A 씨는 “그렇다고 예전에 계약한 철판 구매업체들에 ‘철강재 가격이 올랐으니 철판 제품을 사려면 돈을 더 내라’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제조업 생산이 늘고 철강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철강재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매년 인건비는 오르는데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난까지 더해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반도체 수급난에 이어 ‘제조업의 쌀’로 불리는 철광석 가격마저 치솟으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한국철강협회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 협회 회원사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철강 수급 문제를 점검했다. 13일에는 기계, 조선 등 주요 철강 수요 단체를 만나 수급 상황을 챙겨볼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철강 유통업체들이 높은 가격에 팔려고 제품을 묶어 두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수입 물량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10일 t당 230.56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6일 처음으로 200달러를 돌파한 뒤 연일 상승세다. 지난해 5월 11일(88.61달러) 이후 1년 만에 160% 뛰었다.

철광석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세에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다. 호주, 브라질 등 철광석 주요 생산국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제조업 생산이 감소하자 공급을 줄였다. 게다가 세계 1위 철광석 수입국인 중국과 세계 1위 철광석 수출국인 호주가 최근 갈등을 빚으며 철광석이 제대로 공급되질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와 가전 소재로 쓰이는 열연강판은 물론이고 선박 제조에 쓰이는 후판(6mm 이상 두께 철판) 등 대부분의 철강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철강 제품 소비가 많은 조선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지난달 후판 가격을 t당 10만 원가량 올리기로 합의했다. 2016년 이후 5년 만에 인상에 합의한 것이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척에는 약 3만 t의 후판이 들어간다. 후판 가격이 t당 10만 원 인상되면 선박 건조 가격이 30억 원가량 오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철강 값을 어찌 반영할지 알 수 없는데, 우린 일단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야 하니 수주 경쟁이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이 차질을 빚는 와중에 철강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광석 가격 상승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결국 시차를 두고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철광석 등 원자재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패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해 원자재 확보에 소홀한 측면은 없는지 살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 / 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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