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파티’ 할까요?… OTT 온라인방 만들고 함께 영화보며 채팅

전남혁 기자

입력 2021-05-06 03:00 수정 2021-05-0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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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다른 이용자와 ‘소통’ 서비스
‘왓챠 파티’ 2월 출시후 70만건 이용
‘시즌’도 스마트폰 ‘TV채팅’ 개설
“자기표현-참여 드러낸 문화 형성”


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채팅을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왓챠의 다중 동시 감상 기능 ‘왓챠파티’, 오른쪽 사진은 TV를 보면서 실시간 소통을 하는 KT의 ‘TV채팅’. 왓챠·KT 제공

‘공포영화 보면서 혼술 할 사람 모여라!’

직장인 성창현 씨(31)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에서 이러한 제목의 ‘랜선 영화관’에 입장했다. 각자 집에서 영화를 보고 혼자 술을 마시지만 실시간 채팅을 통해 함께 모여 있는 듯 하나가 된다. 모르는 이들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주고받으며 무슨 안주를 먹는지까지도 공유했다. 이렇게 사귄 ‘랜선 친구’들과 주말마다 온라인에서 모여 보고 싶은 영화를 틀어놓고 수다를 떤다. 왓챠의 다중 동시 감상 기능 ‘왓챠 파티’ 덕분이다.

최근 OTT를 이용하면서 이용자들끼리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소통과 교류가 제한된 상황에서 영상과 온라인 소통을 결합한 시장이 열린 것이다. 자기 표현과 참여를 원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올해 2월 왓챠는 다중 동시 감상 기능 ‘왓챠 파티’의 베타서비스를 웹과 스마트TV를 통해 선보였다. 함께 감상하고 싶은 콘텐츠를 재생한 후 ‘파티’를 개설해 사람들을 모으거나, 이미 개설된 파티에 입장하는 방식으로 영상 시청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지난달 13일 모바일로도 베타서비스를 확대해 이달 3일까지 17만 개의 파티가 개설됐고 이용 건수는 70만 건에 이른다.

KT도 자사 OTT 서비스 ‘시즌’에서 실시간 채널 중 일부 채널에 대해 실시간 채팅 기능을 도입한 데 이어 TV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과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TV채팅’ 서비스를 지난달 28일 시작했다.

실시간 소통 서비스를 활용한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스크리나’는 넷플릭스, 유튜브, 왓챠, 웨이브 등을 보며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는 ‘와치파티’ 서비스를 올해 초 출시했다. 웹브라우저 크롬에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해 영상에 채팅창을 띄우는 방식으로 다양한 플랫폼과 연동된다는 것이 강점이다. 김광정 스크리나 대표는 “사람들이 영화관을 가는 이유는 단순한 영화 시청뿐 아니라 교류”라며 “온라인에서 교류할 수 있는 방식인 채팅을 이용한 프로젝트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가 우리나라보다 일찍 도입된 해외에서는 이러한 파티 서비스가 이미 널리 확산된 상태다. ‘텔레파티’ ‘유튜브파티’ ‘넷플릭스 싱크파티’ ‘프라임 비디오 파티’ 등 OTT 서비스에서 채팅을 할 수 있는 확장 프로그램 다운로드 건수가 많게는 1000만 건에 이른다.

특히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세대들이 서비스의 주 이용층인 것도 특징이다. 영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표현과 참여를 원하는 MZ세대의 성향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와치파티를 이용하고 있는 김소라 씨(28)는 “극장에서는 ‘리액션’이 허용되지 않는 수동적 방식으로 영화를 관람했지만, 와치파티는 영상을 보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영상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자기 표현’과 ‘참여’의 가치를 드러내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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