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배송, 빠르다고 최고 아냐… ‘고객 원하는 때’가 최상

배미정 기자

입력 2021-04-21 03:00 수정 2021-04-2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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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가 말하는 ‘물류 혁신’

쿠팡 뉴스룸 제공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택배 물량만 늘어난 게 아니라, 더 편리한 배송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이마케터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리테일 매출에서 온라인 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31.6%로, 1위인 중국(55.6%)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물류를 얼마나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혁신하느냐가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당일 배송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쿠팡의 사례는 물류 투자가 경쟁자를 물리치는 강력한 성공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에 맞서 네이버는 다양한 물류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연합 전선을 구축해 맞춤형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온라인 커머스를 둘러싼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4월 2호(319호)에 실린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사진)와의 인터뷰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나이키가 DTC에 성공한 이유
―온라인 상거래가 늘면서 제조사가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소비자 직접 판매(DTC·Direct to Customer) 전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DTC 전략이 성공하려면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도 제조업체와 직거래할 유인이 있어야 한다. 제조사는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했을 때 ‘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그 상품이기 때문에’ 기꺼이 구매하고자 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나이키가 아마존과 거래를 끊고 자사 몰 중심의 DTC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나이키의 브랜드 파워가 이미 강력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가 직접 물류를 처리할 수도 있고, 제3의 회사에 맡길 수도 있는데 이런 의사결정을 하는 데 감안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물류는 비용이자 투자의 영역으로, 크게 세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첫째,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상품의 부가가치를 얼마나 더 키울 수 있을까다. 예컨대 신선 식품은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상품 자체의 품질만큼이나 초단기 배송 같은 물류 서비스가 상품의 구매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둘째, 상품의 신선도 같은 고품질을 구현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그 비용을 고객이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셋째, 자사의 상품 물량만 가지고도 고객들이 수용 가능한 수준의 물류 비용 구조를 짤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만일 자사 물량만으로도 제3의 물류 사업자에 일정 배송 물량을 보장할 수 있다면 그 사업자를 쓰면 되지만 협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회사 비용으로 물류체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의 ‘로켓배송’이다.”

○ 쿠팡 vs 네이버
―쿠팡은 물류에 대규모 투자, 즉 물류를 내재화해 성공한 케이스인데….

“쿠팡은 초창기 로켓배송 물류 혁신을 통해 ‘기저귀’로 대표되는 육아용품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엄마들이 아이가 잠든 늦은 밤에 쇼핑을 해도 다음 날 아침에 바로 받을 수 있는 초단기 배송 서비스의 니즈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초창기 매출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은 쿠팡 입장에서 해당 배송 서비스를 제3의 물류회사에 맡기는 것은 비용이 클 뿐 아니라 치밀한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컸다. 그래서 쿠팡은 당시 시장에서 차별적인 경쟁 우위, 즉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네이버는 직접 투자 대신 CJ대한통운을 포함해 다양한 물류 사업자들에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통해 물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네이버가 국내 최대 쇼핑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제3자 물류회사 입장에서 네이버는 일정 물량을 보장할 수 있는 대형 플랫폼이다. 기존 물류 배송 사업자들에 최우선 고객인 네이버는 현재의 시장 지배력을 지렛대 삼아 앞으로 최신 기술을 활용할 것이다. 또 다양한 물류 회사들과 상호 윈윈(win-win)하며 네이버 중심의 파트너십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 초단기 배송보다 적기 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같은 초단기 배송이 늘어나면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상품을 수령하는 단계인 ‘라스트마일(Last-mile)’ 경험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아졌다.

“한국의 라스트마일 경험은 주문부터 배달까지의 시간을 단축하는 쪽으로 빠르게 진화해왔다. 그런데 고객 설문조사를 해보면 예상외로 ‘적기’, 즉 ‘내가 받고 싶을 때 받고 싶다’는 고객들의 니즈가 작지 않다. 새벽배송이 인기를 끈 이유도 단지 빨리 배달해서가 아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에 필요한 신선한 재료를 당일에 받고 싶은 니즈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업자들은 최단기가 반드시 최적의 배송을 의미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배송하는 것이 고객 관점에서 최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배송에 있어 또 주목할 분야가 있다면….

“역배송 서비스다. 예컨대 독일의 패션 이커머스 회사인 찰란도(zalando)는 라지 사이즈를 선택한 고객에게 미디엄, 엑스라지까지 세 벌을 다 배송하고, 본인의 사이즈를 고른 후, 나머지는 쉽게 반품할 수 있는 역물류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도 현재 초단기 일변도의 배송 경쟁을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 특성에 맞게 재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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