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샤’ 작년 2조4000억 매출… 코로나 제친 ‘오픈런’

황태호 기자 ,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4-16 03:00 수정 2021-04-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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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1조 최다… 9년새 2배로… 소비침체에도 영업익 16~178%↑
잦은 가격 인상 통해 수익성 높여… 순이익의 70~80%는 본사에 송금
국내 기부 샤넬 6억-루이비통 0원


지난해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문을 열자마자 기다리던 소비자들이 명품 브랜드 매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동아일보DB
‘명품 3대장’으로 꼽히는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가 지난해 한국에서 2조400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베일에 싸여 있던 명품 업체들의 실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명품 업체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침체기에도 국내 시장에서 최대 30%가 넘는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보복 소비’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 ‘에·루·샤’ 인기, 매출로도 입증


15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의 한국법인은 지난해 각각 9296억 원, 1조467억 원, 4190억 원의 매출을 냈다. 2018년 외부감사법 개정 이후 자산 또는 매출 500억 원 이상의 유한회사에도 회계감사와 공시의무를 적용하면서 처음 공개된 숫자다.

‘명품 3대장’ 가운데 루이비통코리아는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나며 1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3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루이비통코리아는 2011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하며 10년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매출이 마지막으로 공개됐던 2011년(4973억 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커졌다.

샤넬코리아의 2020년 매출은 전년(1조639억 원) 대비 13% 감소했다. 이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샤넬의 한국법인 매출에 지난해 ‘개점휴업’ 상황이었던 면세점 실적까지 반영됐기 때문이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면세사업부 매출이 81% 줄었지만 백화점, 부티크 등 일반 매출은 26% 늘어났다”고 말했다. 에르메스코리아도 지난해 전년 대비 각각 16% 상승한 매출 4190억 원, 영업이익 1333억 원을 냈다.

‘에·루·샤’에 필적하는 인기를 끌고 있는 구찌는 국내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구찌코리아가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상법상 회사 상호를 변경하며 외부감사 의무를 피해갔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구찌의 국내 매출도 1조 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 실적은 대박, 사회공헌은 미미


주요 브랜드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제품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샤넬은 지난해 5월과 11월 ‘클래식백’을 비롯한 주요 제품 가격을 두 차례 인상했다.

루이비통도 지난해 3월과 5월 국내 판매 가격을 올렸고, 올해 들어 2월에만 두 차례 인상을 단행했다. 에르메스는 매년 국내 판매 가격을 올리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접대비, 교육훈련비,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를 줄인 상황에서 가격을 인상하면서 주요 명품 브랜드의 수익성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3대 명품 브랜드가 매년 본사에 배당 명목으로 송금하는 금액은 10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 에르메스코리아는 당기순이익의 85%인 840억 원을, 루이비통코리아는 71%인 500억 원을 배당했다. 한국 사회에 대한 기부금은 지난해 샤넬코리아 6억 원, 에르메스코리아 3억 원, 루이비통은 0원이었다.

이들 업체 외에도 디올 한국법인(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과 프라다코리아, 펜디코리아, 등 인기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작게는 4%에서 최대 75%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페라가모(―30%), 입생로랑(―12%) 등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브랜드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의 선호 여부에 따라 실적이 엇갈렸다”고 분석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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