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1분기 세계선박 절반 넘게 수주… 中과 격차 더 벌려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4-07 03:00 수정 2021-04-0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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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되찾은 ‘세계 1위’ 굳게 지켜 원가 절감-기술 강화로 위기서 탈출
2010년대 글로벌 1위 주름잡던 中, 인건비 상승-저가수주 경쟁에 발목



‘제조업 비용 절감. 그리고 기술력 강화.’

중국 정부가 올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 장기 목표’의 ‘제조업 핵심경쟁력 제고 방안’ 중 일부다. 이를 달성할 구체적인 산업 분야로 중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수주 △중공업 연구개발(R&D) 강화를 꼽았다. 조선업에서 LNG선으로 대표되는 기술력 향상과 비용 합리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발표에는 중국 조선업계가 직면한 위기가 드러난다.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굳힐 것으로 보였던 중국이 한국에 다시 따라잡히면서 조선업의 원가 절감 노력과 기술력 증대가 필요하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조선업에서 1위(수주량 기준) 자리를 되찾은 한국은 올 들어 ‘조선 최강국’의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6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전문업체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1분기(1∼3월)에만 전 세계 발주량의 52%(532만 CGT, 126척)를 수주했다. 한국 조선의 올 1분기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배에 육박한다.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의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42%(426만CGT, 161척)로 2위였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이 수주한 63척 중 약 40%는 중국에서 발주한 물량이었다. 자국 발주 물량을 제외하면 한국과 중국의 수주 실적 차이는 더 벌어진다. 중국은 2012∼2019년 중 7년간(2018년을 제외)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값싼 인건비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거대한 내수시장 등을 무기로 벌크선,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박 수주를 쓸어 담았다.

상황이 역전된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한국은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 43%로 중국(41%)을 따돌렸다. 고부가가치·고기술 선박인 LNG선을 대거 수주한 영향이 컸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며 1위 자리 지키기에 나섰다.

업계에선 위기에 직면했던 한국 조선사들의 원가 절감 노력과 기술 강화 기조가 성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2015년 5만5000명 수준이던 한국 조선 ‘빅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인력은 지난해 약 2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일감 부족과 수익성 난조로 단행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경쟁력을 키운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자 조선 기술 집약체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LNG선 건조 기술력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LNG선 수주에서 한국은 중국을 8 대 2 정도로 압도하고 있다. 체질 개선과 기술 개발로 암흑기를 버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조선업계의 대내외 악재도 한국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줬다. 2010년대 초 한국의 절반 수준이던 중국 인건비는 최근 한국의 70∼80% 수준까지 상승했다. 중국 내 조선소들이 난립하며 시작된 저가 수주 경쟁은 선박 품질 및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됐다.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으로 중국 조선업체들이 ‘온실 속 화초’가 돼 기술력 강화에 미흡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에는 일이 고된 조선소보다 벌이가 좋은 정보기술(IT), 금융 등으로 고급 인력이 몰리면서 전문가 양성과 연구개발(R&D) 등에 애를 먹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부에서도 기술 및 품질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LNG선, 미래형 스마트 선박 분야의 경쟁에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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