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정상 쉰다” 中企 휴직자 작년 36만명… 대기업의 32배

박성진 기자 , 김하경 기자

입력 2021-02-23 03:00 수정 2021-02-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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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만여명서 1년새 7.7배로
전체 휴직자의 절반 가까이 차지
두달 뒤 실직 확률 최대 58%
정부 일자리 창출 대책도 빨간불





부산의 한 주물업체에서 근무하던 A 씨(39)는 지난해 9월 휴직 권고를 받았다. 조선 기자재를 주로 생산하던 회사는 당시 A 씨뿐 아니라 6명에게 휴직을 권고했다. 전문 기술이 있는 일부 동료는 사직서를 냈다. 이들은 회사 복귀를 마냥 기다리는 대신 정부 구직급여를 받으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게 낫다고 봤다.

반면 A 씨는 휴직을 택했다. 조선 경기가 나빠서 다른 곳에서도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 복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편의점 등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회사 사정상 쉬는 사람 1년 만에 7.7배로 급증

지난해 중소기업의 사업 부진이나 조업 중단에 따른 일시 휴직자가 30만 명대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의 8배 가까운 수준이다. 일시 휴직자는 직업이나 사업체가 있지만 일시적인 병, 휴가, 노동쟁의, 사업 부진, 조업 중단 등의 사유로 일하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22일 중소기업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종사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지난해 일시 휴직자는 75만341명에 달했다. 2019년 34만354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이 중 사업 부진이나 조업 중단으로 인한 일시 휴직자는 36만133명으로 48.0%였다. 전년(4만6573명) 대비 7.7배에 달한다. 2018년 4만7429명, 2017년 3만9117명, 2016년 5만861명 등 5만 명 내외로 유지돼 오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폭등했다.

중소기업의 위기는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과 비교하면 뚜렷해진다.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 일시 휴직자가 8만6435명이었다. 이 중 사업 부진이나 조업 중단에 따른 일시 휴직자는 1만1183명으로 12.9%에 그쳤다. 중소기업의 전체 일시 휴직자는 대기업보다 8.7배 많았고 사업 부진이나 조업 중단에 따른 일시 휴직자는 32.2배 많았다.

○ 바닥 드러난 중소기업 고용 여력

문제는 중소기업 일시 휴직자가 실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 상반기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업 부진과 조업 중단으로 인한 일시 휴직자가 1명 증가하면 그 다음 달 취업자는 0.35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달 뒤에는 취업자가 0.58명 감소한다. 일시 휴직자가 2개월 뒤에 미취업자가 될 확률이 최대 58%라는 의미다. 유진성 한경연 연구위원은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상황을 포함해도 현재와 같은 일시 휴직자의 폭발적 증가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고용 여력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 대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올해 1분기(1∼3월)까지 90만 개 이상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사업 부진이나 조업 중단으로 인한 중기의 일시 휴직자가 30만 명 수준이라는 것은 심각한 경기 부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서비스업 등 코로나19 피해가 큰 업종과 청년, 여성을 상대로 한 대책을 강화해 일시 휴직 인력이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채용과 연계된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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