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확 바꿔라”… 디지털 전환 매주 현장 점검

황태호 기자

입력 2021-01-21 03:00 수정 2021-01-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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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새해특집
[재계 세대교체, 디지털 총수 시대]<6>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라스트오더’ 서비스로 지난해 95만 개의 식료품을 팔았다. 상품 폐기 비용을 줄이고 편의점 수익을 늘리면서 틈새소비 수요의 만족도를 높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뒀다.

이 서비스는 롯데그룹 계열 벤처투자사인 롯데액셀러레이터와 스타트업 ‘미로’와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성장을 모색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출범한 회사다.

2019년 11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서울 강남구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 진행된 라이프스타일 편집매당 ‘더콘란샵’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모습. 신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이 같은 현장 경영을 대폭 늘렸다. 롯데지주 제공


○ “과거 성공 경험 모두 버려라”
“이곳 압니까?”

2015년 8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 당시 롯데그룹 회장 집무실. 이진성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이사(현 롯데푸드 대표이사)에게 신동빈 회장은 태블릿PC를 건네며 물었다. 화면에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투자사 ‘와이콤비네이터’의 소개 자료가 떠 있었다. 신 회장은 이 대표에게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투자사”라고 설명하며 “우리가 이걸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자신 없어 하는 이 대표를 조곤조곤 설득했다.

“롯데는 오래된 대기업이잖아요. 스스로 변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스타트업들이 우리를 도울 겁니다. 또 투자 수익도 얻고 사회에 기여도 할 수 있어요. 100개 스타트업 중 하나만 잘 키워도 성공하는 겁니다.”

2011년 2월 롯데그룹 회장으로 취임해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신 회장은 과거에서 벗어나 변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새해에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놓고 “과거의 성공 경험은 우리의 성장에 걸림돌”이라고 했다.

2016년 2월 출범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롯데를 망하게 할 사업을 찾습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의 기존 사업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혁신적 비즈니스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 보육프로그램 ‘엘캠프’ 출신 119개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는 입주 당시 3029억 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9164억 원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신 회장이 말했던 것처럼 롯데그룹 혁신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스크 한 장도 즉시 배달해주는 롯데쇼핑 롯데온의 ‘한시간 배송’은 롯데액셀러레이터가 투자한 스타트업 나우픽이 상품 선별과 포장을 맡고, 물류 스타트업 피엘지가 배송을 맡는다. 롯데홈쇼핑 상품 배송에 쓰이는 친환경 포장재는 소재 스타트업 에임트가 만든다.

○ “살아남기 위해서 바꿔라”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계열사들이 사업 전략, 기업 문화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신 회장은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진 직후인 지난해 3월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후 약 4개월에 걸쳐 거의 매주 사업 현장을 방문하며 디지털 전환과 기업 문화 개선을 주문했다.

지난해 6월 방문한 경기 안성의 롯데칠성음료 ‘스마트 팩토리’는 롯데그룹 사업의 중요한 축인 식품 제조의 미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롯데는 안성 공장에 약 1220억 원을 투자해 각 생산 라인별 투입, 적재 설비의 상태 및 생산량, 진도율 등의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전송하고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앞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예측 모델과 물류 자동화 시스템도 도입하고 이를 다른 공장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롯데에 남아 있는 구시대적 기업 문화도 바꾸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지만 아직도 일부 회사에 권위적 문화가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신 회장 취임 직후인 2012년부터 시작한 ‘롯데 와우(Way Of Women·WOW) 포럼’은 여성 인재의 성장을 돕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롯데그룹의 여성 간부사원 수는 신 회장 취임 직전인 2010년 3%에서 지난해 16%까지 늘어났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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