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땐 ‘3년치 임금+α’ 주겠다”… 4대銀 1700명 손들어

신나리 기자

입력 2021-01-19 03:00 수정 2021-01-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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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희망퇴직 매년 늘어
자녀 학자금-창업지원 등 조건
농협은 39개월치 임금 지급… 일부 은행원은 10억 이상 받기도
시중 은행들 언택트시대 대비… 점포 축소 등 몸집줄이기 가속화





이모 씨는 2019년 말 A은행 지점장을 지내고 퇴직하면서 총 8억7500만 원을 받았다. 급여·상여금 5600만 원에 우리사주조합 인출 6100만 원, 일반퇴직금 및 특별퇴직금 7억5800만 원을 합한 금액이다. B은행에서 부장을 지낸 50대 박모 씨도 급여와 상여, 자녀 학자금 등 퇴직금 총 3억8300만 원을 받고 은행을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 주요 시중은행 4곳에서 1700여 명의 은행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이미 떠났거나 나갈 준비를 하며 짐을 싸고 있다. 은행들이 최대 3년 치 임금에 자녀 학자금, 창업·전직 지원금 등으로 희망퇴직 조건을 후하게 제시하면서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퇴직금으로 10억 원 이상을 챙기는 은행원도 등장하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비교적 일찍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던 NH농협은행에서 496명이 짐을 쌌다. 3급 이상 직원 중 1967∼1970년생에게 39개월 치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해 눈길을 끌었다. 전년도에 만 56세 직원에게 28개월 치 임금을 일괄 지급했던 것보다 보상이 후해지자 신청자가 140명 넘게 늘었다.






하나은행도 만 15년 넘게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 직원 285명이 ‘준정년’ 특별퇴직을 택하는 등 총 511명이 떠났다. 이 은행도 특별퇴직금 조건이 기존 24∼27개월 치 임금에서 36개월 치 임금으로 높아지면서 신청 인원이 크게 늘었다. 우리은행에선 이달 말 468명이 희망퇴직할 예정이며 신한은행은 14일까지 220여 명이 손을 들었다. KB국민은행도 희망퇴직 조건을 두고 노사 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고 디지털 플랫폼 전환을 서두르면서 연말마다 은행권의 대규모 희망퇴직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은행원들은 희망퇴직을 수억 원대 목돈을 쥐고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2019년 시중은행 4곳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소득이 많은 상위 5명의 평균 수령액은 9억3200만 원에 이른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11억8400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국민(8억6600만 원), 신한(8억5400만 원), 우리(7억9800만 원) 순이었다.

은행들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희망퇴직을 영업점 통폐합·축소와 디지털 혁신, 비대면 업무 전환 등의 경영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적체된 인력을 내보내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일부 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1조 원 시대(분기 기준)를 열 정도로 선방했지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여전히 몸집을 더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성과 평가, 임금 체계, 경력 관리 등 인사관리 시스템의 전반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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