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고용커녕 감원중인데”… 8000억 청년채용사업 목표 34% 미달

세종=주애진 기자 , 김하경 기자

입력 2021-01-15 03:00:00 수정 2021-01-15 05: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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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줄테니 청년 뽑아달라”… 정부 작년 일자리 11만개 사업
기업들 호응 안해 3만여개 미달… 돈 풀어 일자리 창출 사업 한계
“민간이 채용 더 할수 있게 도와야”




정부가 지난해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려고 8000억 원을 투입해 일자리 11만 개를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목표치를 30% 넘게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업시장에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한파가 몰아치고 있는데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만든 청년 일자리 사업은 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사람을 더 뽑기는커녕 기존 직원도 줄이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밀어붙이는 청년 일자리 정책에 호응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현금을 풀어 만드는 단기 청년 일자리 대책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빚내 마련 청년 고용지원금, 목표 66%만 채워

14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7월 3차 추경으로 지원하려 했던 민간 청년 일자리 11만 개 중 3만7000개(33.6%)를 채우지 못했다. 기업들이 청년을 채용했다며 지원금을 신청한 건수는 이달 13일까지 7만3000여 건에 그쳤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 “11만 개 청년 일자리를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신속히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청년(15∼34세)을 정보기술(IT) 업무에 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에 6개월간 1인당 월 최대 180만 원씩 지원하는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과 청년을 단기 채용할 때 매달 최대 80만 원을 제공하는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디지털 일자리 사업에선 모집 인원 6만 명 중 5만 명만, 일경험 지원사업에선 5만 명 중 2만3000여 명만 신청했다.

기업들은 경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보조금을 줄 테니 청년을 많이 뽑아 달라”는 정부의 접근 방식이 목표치와 현장 수요 간 ‘미스매치’를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청년 고용 지원사업 운영기관 관계자는 “경영 여건이 나빠져 신청을 취소한 기업이 많다”며 “처음에 30명을 뽑겠다고 서류를 냈다가 결국 3명만 신청한 회사도 있었다”고 했다. 서울의 한 전시행사디자인 분야 중소기업 대표는 “경영난으로 최소 인력만으로 겨우 버티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정부의 청년 채용 지원책은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0명이던 직원을 7명으로 줄였다.

수요는 적은데 비슷한 사업이 중복된 것도 문제다. 또 다른 사업 운영기관 관계자는 “디지털 일자리 사업과 일경험 지원사업이 큰 차이가 없는데 디지털 일자리의 지원액이 훨씬 크다 보니 한쪽으로 신청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 현금 주는 단기 처방으론 취업난 해소 못 해

정부는 올해도 청년에게 취업 경험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민간 일자리 7만6000개에 예산 7000억 원을 지원한다. 디지털 일자리 5만 개, 지역주도형 일자리 2만6000개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19로 취업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정부라도 나서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민간에 보조금을 쥐여주는 방식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렇게 만든 일자리는 정부 지원이 끊기면 다시 감축될 수 있어 고용 안정성이 낮다.

정부는 지원이 끝나면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기존 사업으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고용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인당 연간 900만 원씩 3년간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월 지원금이 더 적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다. 지원이 종료되면 고용 유지를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유사 사업 중복으로 정책 효율성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은 코로나 대응이 급하니까 정부가 공무원 채용 확대, 보조금 지급 등 단기 대책에 매달리는데 재정 부담만 늘어나고 근본적 해결책은 못 된다”며 “노동시장 유연화, 신산업 규제 개선 등 민간에서 채용을 활성화할 여건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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