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명이 노인 1명 부양’ 시대 다가와… 연금 보험료 3배 뛸수도

세종=주애진 기자 , 김성규 기자

입력 2021-01-12 03:00 수정 2021-01-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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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당겨진 ‘인구 수축사회’] <中> 허리휘는 청년, 연금개혁 시급



《일하는 사람 100명이 노인 102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사회. 출산율이 떨어져 인구가 줄어드는 대한민국의 ‘예정된 미래’다. 국내 총인구(내국인+외국인) 감소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진 ‘인구 수축사회’로 접어들면서 인구절벽의 충격도 더 빨리 닥칠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은 어렵게 취업한 뒤에도 고령 인구를 부양하느라 연금, 세금 등 각종 사회적 부담에 허리가 휠 수밖에 없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2057년 고갈 예정인 국민연금 개혁부터 서둘러야 한다.》


25세에 취직해 매달 300만 원을 버는 1965년생 A 씨는 64세(2029년)부터 매달 176만 원의 국민연금을 받는다. 30년 뒤 A 씨와 같은 나이에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는 회사에 취직해 똑같이 월급의 9%를 국민연금으로 납부한 1995년생 B 씨는 어떨까. 그는 A 씨보다 1년 늦은 65세(2060년)부터 78만 원이 적은 월 98만 원을 받는다. 본보가 국민연금공단의 ‘예상연금 모의계산’으로 확인한 가상의 사례 분석 결과다.

지난해 처음으로 주민등록 인구가 자연 감소한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총인구(내국인+외국인) 감소 시점도 예상(2028년)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수축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청년세대는 B 씨보다 더 많은 사회적 부담을 지고도 더 적은 연금 혜택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려면 한시라도 서둘러 연금 개혁에 나서야 하지만 정부는 여론 눈치만 보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 3년 앞당겨진 연금 고갈, 더 빨라질 듯

11일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중위 기준)에 따르면 만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6만 명에서 2067년 1784만 명으로 쪼그라든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인구는 813만 명에서 1827만 명으로 불어난다. 생산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셈이다.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은 힘들게 취업한 뒤에도 더 많은 공적연금과 세금을 책임지며 사회적 부양 부담에 짓눌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2018년)에 따르면 가입자 대비 수급자의 비율은 2020년 19.6%에서 2068년 124.1%로 뛴다. 청년층 감소로 국민연금 신규 가입자가 줄어드는 반면 연금을 받는 노인은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2년 적자로 돌아선 뒤 2057년엔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빨라 5년 전 계산 때보다 적자 전환과 고갈 시점이 각각 2, 3년 앞당겨졌다. 일각에서는 이마저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본다.

연금 개혁이 시급하지만 당장의 반발이 두려운 정부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복건복지부는 2018년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2∼15%로 올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퇴짜를 놓자 어정쩡한 네 가지 복수의 개혁안을 내놨다. 현행 유지를 포함해 보험료율을 12∼13%, 소득대체율을 45∼50%로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에도 정부와 국회가 단일안 마련을 서로 떠넘기면서 개혁 논의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해 6월 박능후 당시 복지부 장관이 “추가로 내놓을 안은 없다”고 선언하면서 연금 개혁은 사실상 좌초됐다.


○ “2차 베이비부머 은퇴 전이 개혁 ‘골든타임’”

연금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연금 구조를 개혁해도 늦다”고 지적한다. 쌓아둔 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 부담이 급격하게 치솟기 때문이다. 김형수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금 소진 이후 현재의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려면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이 3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차 베이비붐 세대(1965∼1974년생)의 은퇴가 시작되기 전이 연금 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꼽힌다. 이 세대는 연간 100만 명씩 태어난 반면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3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보험료율을 똑같이 1%포인트를 올리더라도 시점에 따라 효과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전 한국연금학회장)는 “현행 9%인 연금 보험료율은 1986년부터 변동이 없다. 이를 최소 16%, 안정적 유지를 위해선 17%까지 최대한 빨리 올려야 한다”고 했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하는 만큼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다시 조정해야 한다. 보험료율만 올려서는 기금 고갈 시기를 몇 년 미루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 세대의 부담을 늘리는 개혁에 대해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것인가다. 얼마를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좁은 연금 개혁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우니 인구 구조적 변화를 알리고 전반적인 사회제도 틀을 바꾸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큰 틀에서 인구 변화와 노동시장 정책 등 사회 구조적 개혁과 연계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스웨덴은 10년 가까이 경영계 노동계 등 모두가 참여해 연금을 포함한 복지제도 전반을 바꿨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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