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LG 4대그룹 모두 ‘젊은 리더십’ 시대

변종국 기자

입력 2020-10-26 03:00 수정 2020-10-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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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회장 타계]
현대차 정의선 회장 취임 이어 재계 1위 삼성그룹도 변화 예고
창업 세대이후 서로 견제하며 성장… 최태원-구광모 등 4050총수 전면에
배터리 등 전략적 제휴 모색 가능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국내 4대 그룹 모두 40, 50대 총수가 이끄는 ‘3, 4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젊은 총수들이 아버지 세대와 달리 활발히 교류할 것으로 관측하는 가운데 새로운 시대의 리더로서의 경영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25일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2020년 10월은 국내 재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진 달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14일 국내 재계 서열 2위 현대차그룹에서 정의선 회장이 새로 취임한 데 이어 25일 국내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리더십에도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젊은 리더’가 총수로 자리매김한 건 SK그룹이다. 1998년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타계하자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38세의 나이로 그룹 회장에 올랐다. 당시 재계 안팎에선 ‘30대 총수가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최 회장 취임 당시 32조 원가량이던 그룹 자산은 지난해 말 6배 이상으로 늘었다.

구광모 ㈜LG 대표는 2018년 5월 20일 아버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타계 후 약 한 달 뒤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에 취임했다. 창업 4세대인 구 대표는 취임 당시 40세로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젊다.

여기에 아직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부회장까지 회장직에 오르면 4대 그룹 모두 1960∼1970년대생 총수들이 전면에 등장해 경쟁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젊은 총수들이 어떤 행보와 리더십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창업주 또는 아버지 세대 총수들은 성장 일변도로 기업을 이끌면서 서로 견제하며 성장했다면 서로 친분이 두터운 젊은 총수들의 행보는 사뭇 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 현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은 물론 친목 도모를 하는 비공식 모임이 여러 개 있을 정도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필요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 제휴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 회장이 5월부터 삼성과 SK, LG의 배터리 사업장을 방문해 총수들과 손을 맞잡고 차세대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무게감 있고 과묵한 느낌의 회장들이었다면, 젊은 총수들은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늘리면서 소통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기업 간에도 ‘준동맹’ 수준의 협력을 이끌어내 이른바 ‘어벤져스’를 만드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고 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들 간 투자와 협력 등 젊은 총수들의 배짱 지휘와 통 큰 결단이 잇따라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4대 그룹 외에도 재계에서 세대교체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 부사장이 사장·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조양호 전 회장이 타계하면서 3세인 조원태 회장이 45세의 나이로 총수에 올랐다. 효성그룹은 2017년 조석래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장남인 조현준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고 3남인 조현상 부사장이 총괄 사장이 되면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부사장이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와 지주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주요 그룹의 세대교체는 연착륙을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며 “시대가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총수의 결정 하나가 기업을 좌우한다. 아버지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 이상으로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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