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 힘든 5만원권… 해외도 고액권 수요늘어

박희창 기자

입력 2020-09-28 03:00:00 수정 2020-09-28 03: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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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경기 불확실성 커져, 안전자산 선호… 고액권 보유 급증
한은 “환수율 작년 3분의 1 수준”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5만 원권이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25일 회사원 A 씨는 추석 때 쓸 5만 원권을 미리 인출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회사 인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았다. 하지만 ATM에는 ‘한국은행에서 5만 원권을 지급해주지 않아 5만 원권이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다른 건물에 있는 ATM 서너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5만 원권 대신 1만 원권을 잔뜩 뽑고는 발길을 돌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창구를 방문해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5만 원권을 더 찍어내며 공급을 늘렸는데도 5만 원권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올 3∼8월 5만 원권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 비율)은 20.9%로 지난해 같은 기간(72.6%)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5만 원권이 가계나 기업의 주머니 안으로 한 번 들어가면 10장 중 8장은 다시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한은은 5만 원권 제조 발주량을 전년보다 3배 이상 늘렸고 5월에는 2조 원을 추가 발주했다.

5만 원권 환수율이 크게 떨어진 이유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금 중에서도 보관이 편리한 고액권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경기 침체 우려로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고액권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액권 수요 증가는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발행이 중단된 500유로권을 제외하면 유로화 중 최고액권인 200유로권은 발행잔액 증가율이 최고 91%까지 치솟았다. 일본의 1만 엔권은 전체 화폐 발행잔액 증가분의 97%를 차지했다. 발행잔액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전체 화폐에서 다시 중앙은행으로 돌아온 돈을 뺀 나머지를 뜻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5월 진행한 소비자 지급수단 조사에서는 민간이 집이나 사무실에 예비용으로 갖고 있는 현금이 전년보다 88%(226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현금 보유를 늘렸다고 답한 응답자의 경우 예비용 현금 보유액은 평균 178달러에서 937달러로 400% 넘게 증가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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