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잡아라” 확 젊어지는 ‘힙화점’

황태호 기자

입력 2020-09-22 03:00 수정 2020-09-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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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백화점 2030 매출 급감에 ‘1층엔 화장품-명품’ 공식 파괴
롯데百 영등포점 대대적 리뉴얼… 2층 온라인몰 인기 브랜드 위주로
의류 가격도 기존의 절반이하
1층 있던 화장품 매장은 3층에… 1층은 2030 복합문화공간으로


각각 이달 18일과 5일 새 단장을 마치고 개장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3층 화장품관(위쪽 사진)과 2층 ‘유스컬쳐 조닝’(아래쪽 사진)의 모습. MZ세대에 특화한 브랜드와 체험형 매장으로 꾸며졌다. 롯데백화점 제공
‘아바몰리’ ‘유라고’ ‘아이아이’ ‘바이탈사인’…. 18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2층의 한 면은 30대 후반 남성인 기자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여성 브랜드들로 채워진 ‘부티크와이(Y)’라는 편집숍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미나 롯데백화점 M컬쳐팀장은 “온라인 디자이너 여성 편집숍 ‘W컨셉’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로 구성한 편집숍”이라며 “30, 40대 ‘아재’는 모를 법도 하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가 MZ세대(밀레니얼 및 Z세대)를 유치하기 위해 대대적인 변신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은 물론 ‘힙지로’(힙플레이스+을지로), ‘망리단길’(망원동+경리단길) 등 인기 명소로 향하는 젊은 소비자의 발길을 백화점으로 돌리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의 20, 30대 매출 비중은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20% 이하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간 매출 하락을 감소하고서라도 그동안 백화점과는 동떨어져 있었던 스트리트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각종 체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그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 중인 곳으로 꼽힌다. 백화점의 ‘관문’인 1층에 화장품과 명품을 배치하고 2층에 구두, 잡화와 여성 컨템퍼러리 브랜드를 배치하던 기존 공식을 깼다.

이달 5일 새로 연 2층은 부티크Y 외에도 무신사를 비롯한 인기 온라인 쇼핑몰의 상위 랭킹 브랜드로 구성된 편집숍 ‘아키이브랩’ ‘플라넷비’ 등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안경, 뷰티 편집숍 등 3640m² 너비의 층 전체가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로 구성됐다. 의류의 경우 기존 컨템퍼러리 브랜드들에 비해 절반 이상 가격이 저렴하다. 또 일부 편집숍의 경우 기존보다 훨씬 짧은 6개월 단위 입점 계약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매장 구성 역시 모듈형 매대를 이용해 가변성을 높였다.

18일 새 단장을 마치고 영업을 시작한 3층에는 1층에 있던 화장품 매장이 옮겨 왔다. 위치뿐 아니라 구성도 완전 달라졌다. MZ세대의 ‘럭셔리 브랜드 입문용’으로 관심이 높은 향수를 전면에 내세운 것. 디올은 한국 최초로 ‘자도르’, ‘소바쥬(남자향수)’ 존을 특화하고, 샤넬도 고가 향수인 ‘레조드 샤넬’ 존을 구현했다. 이 외에도 ‘구찌 뷰티’, ‘지방시 뷰티’, ‘티파니 퍼퓸’, ‘버버리 퍼퓸’도 새로 매장을 꾸렸다. 국내 최대 뷰티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의 체험형 뷰티 매장도 대규모로 자리 잡았다.

12월 개장을 목표로 준비 중인 1층은 백화점이라기보다는 MZ세대들의 ‘놀이 공간’에 가깝게 바뀔 예정이다. 스니커즈 리셀(재판매) 플랫폼 ‘아웃오브스탁’과 손잡고 국내 최초의 오프라인 스니커즈 리셀 거래소가 들어선다. 또 ‘요괴라면’을 비롯한 새로운 먹거리, 생활용품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가 높은 감성편의점 ‘고잉메리’도 입점하기로 했다. 1층은 성수동에서 인기가 많은 ‘폐공장 콘셉트’의 카페도 들어오는 등 인테리어부터 완전히 달라질 예정이다.

새로운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기존에 판매하던 브랜드는 30% 이상 과감하게 줄였다. 박중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장은 “MZ세대에게는 그들의 취향이 반영된 복합문화공간으로, 기존 백화점 주요 고객층에게는 새로운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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