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배달로봇, 아파트 엘리베이터 타고 현관앞 찾아와 ‘딩동’

신무경 기자

입력 2020-09-22 03:00 수정 2020-09-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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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딜리Z’ 내년 상반기 상용화
송파 아파트-건대 캠퍼스서 테스트
딜리드라이브-딜리타워 장점 결합
최대 적재 무게 30kg으로 늘려… 비대면 흐름속 로봇 상용화 가속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음식을 주문하자 로봇이 식당에서 조리한 음식을 싣고 아파트 단지를 누비기 시작한다. 배달 로봇은 탑재된 통신 단말을 통해 공용 현관문을 열고 이내 엘리베이터까지 불러 세운다. 주문자의 현관 앞에 도착한 배달 로봇이 고객의 앱에 알림을 보낸다. ‘음식이 도착했어요.’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내년 상반기(1∼6월)면 이같은 음식 배달 자율주행 로봇이 일상화된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1일 실내외 자율주행이 가능한 배달 로봇 ‘딜리Z’를 공개했다.

사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부터 엘리베이터와 연동해 실내에서 층간을 오갈 수 있는 로봇(딜리타워)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서울 송파구 레이크팰리스,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엘리웨이)와 대학 캠퍼스(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실외 배달이 가능한 로봇(딜리드라이브)도 내놨다. ‘딜리Z’는 이 둘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

로봇이 아파트의 좁은 복도에서 오가려면 제자리에서 회전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 거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는 크기로 제작돼야 하며 단지에서 많이 주문하는 음식 유형에 맞게끔 적재함이 만들어져야 한다. 딜리Z는 이 같은 요구조건을 반영해 제작됐다. 로봇 부피는 줄이되 적재 용량은 25L, 최대 적재 무게는 30kg로 늘렸고 몸체가 360도로 돌아가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안전에 신경을 썼다. 외관 전체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에어백으로 감쌌다. 몸체 전면에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해 간단한 텍스트와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전후방에 야간전조등과 브레이크등을 장착하고 상단 깃발에도 LED를 적용했다.

배달의민족은 2017년부터 일찌감치 배달 로봇을 준비해 왔다. 음식 배달 거래액이 2015∼2019년 연평균 50%가량 증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배달원 확보가 어려워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율주행차에 배달 로봇을 싣고 다니며 배달하는 모델과 배달 드론(무인기)도 검토했다. 하지만 아파트 중심인 한국에서는 실내외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최근 들어 로봇 개발 속도는 더 빨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고객 수요가 급증했고 비대면에 대한 선호도도 커졌기 때문이다. 당초 올해 상용화하려다 지난해 11월 앞당겨 출시한 서빙 로봇(딜리플레이트)은 현재 90개 식당에서 100대가 운영되고 있다. 연말까지 200개 식당에서 300대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전초밥집에서 볼 수 있는 형식의 레일형 서빙로봇(딜리슬라이드)도 연말쯤 선보인다. 최근 요식업 트렌드가 홀 크기는 줄이고 배달과 포장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 혼자서 매장 관리를 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김요섭 배달의민족 로봇사업실장은 “상용화된 서빙 로봇부터 아파트 단지를 달리는 실외 자율주행 로봇까지 도입 문의가 많아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현재 40여 명인 인력도 연내 70여 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2022년이면 서울의 많은 지역에서 로봇이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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