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독립… 12월 ‘에너지솔루션’ 뜬다

홍석호 기자 , 김자현 기자 , 서동일 기자

입력 2020-09-18 03:00 수정 2020-09-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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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열어 배터리 분사 결의

17일 LG화학 본사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전경. LG화학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가칭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기로 결의했다. 뉴시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분사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출범한다. 2024년 매출 30조 원 이상의 실적을 내는 글로벌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하지만 LG화학의 ‘알짜’인 배터리를 보고 투자했던 주주들은 분할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올리는 등 반발하고 있다.

LG화학은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전지사업본부의 분사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다음 달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배터리 사업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은 12월 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 시점이 회사 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13조 원인데, 2024년에는 두 배가 넘는 30조 원까지 키울 수 있을 것으로 LG화학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LG화학 전지사업본부 매출은 8조3502억 원이었다.

분사 방식은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이 발행한 주식을 모회사인 LG화학이 갖는 물적분할이다. LG화학이 지분 100%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지배력을 갖고, LG에너지솔루션이 내는 성과도 LG화학의 연결실적에 반영된다. 추후 지분 매각,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해 연구개발(R&D)이나 해외 공장 신설 및 증설 등에 쓸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화학 안에 배터리, 석유화학부문 등이 공존하다 보니 중국 CATL 등 경쟁사에 비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분사를 통해 더 많은 투자 유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G화학 물적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아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언젠가 분사할 것으로 봤지만 주주가 신설법인의 지분을 갖게 되는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 방식에 실망한 것이다. 실제로 주주들이 LG화학 주식 팔기에 나서 17일 LG화학의 주가는 전날보다 4만2000원(6.11%) 내린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도 5.37% 빠진 데 이어 이틀째 약세를 이어간 것이다. 개인 주주인 이모 씨(36)는 “배터리 보고 투자했는데 그걸 떼어 내면 깡통 주식을 들고 있는 꼴”이라며 “임시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주주들의 반발에도 회사 분할안의 주주총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인 회사 분할을 위해선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총발행주식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6월 말 현재 LG화학의 최대주주인 ㈜LG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이 30.09%이고, 국민연금공단(9.96%)이 뒤를 잇는다. 업계에선 LG화학의 우호 지분 확보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액주주는 지분의 54.33%를 보유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치 측면에서 분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IPO를 통해 지분이 희석되더라도, 희석된 가치보다 배터리 사업부문의 성장성이 더 가파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분사 이후 기존 주주의 지분이 일부 희석되더라도 그 대신 대규모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중장기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어 기업가치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홍석호 will@donga.com·김자현·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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