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가스, LPG 충전소에 ‘수소 인프라’

변종국 기자 , 곽도영 기자

입력 2020-09-15 03:00 수정 2020-09-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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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수소충전소 복합운영 추진
계열사 ‘부생수소’ 판매-유통… 수소연료전지 사업에도 진출 계획
정부 그린뉴딜정책 발맞춰 에너지 기업들 수소산업 적극 진출
업계 “정부, 인프라 구축 지원 필요”


SK가스가 SK의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를 대거 활용해 수소 충전소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의 공장들에서 발생하는 부생 수소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유통·판매에까지 나서 본격적인 수소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는 것이다. 최근 에너지 기업들이 잇따라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발맞춰 수소산업에 뛰어들고 있어 국내의 수소 생태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4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SK가스는 최근 수소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수소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SK가 운영하는 LPG 충전소를 수소 충전소와 복합 운영하겠다는 게 대표적인 계획이다. 앞서 SK가스는 수소 충전소의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인천 남동구의 LPG 충전소에 수소 충전소를 운영해왔다.

SK가스는 수소 충전소를 빠르게 늘려야 에너지 보급 생태계가 바뀐다고 보고 100개 이상의 충전소 구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올해 7월 수소경제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수소 충전소를 2022년 310기, 2030년엔 660기 이상으로 확충한다고 발표했다.

또 SK가스는 수소 충전소 운영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SK어드밴스드, SK디앤디 등과 함께 수소 생산 및 유통, 나아가 수소연료전지 사업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SK어드밴스드는 프로필렌을 만드는 공정에서 연간 3만 t가량의 부생 수소가 나온다. 화학 공정의 부산물로 만들어져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부생 수소를 가공해 수소 충전소에서 판매하거나 유통하겠다는 것이다.

정유사와 석유화학기업을 비롯한 에너지 업계는 그간 공장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부생 수소를 연료 등으로 자체 소비해 왔지만 이번 정부의 그린 뉴딜, 수소경제 지원 정책으로 부생 수소를 유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이달 8일에는 현대오일뱅크도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 콜에서 수소 충전소 사업 진출 로드맵을 밝혔다. 석유화학공정에서 나오는 연간 30만 t 규모의 부생 수소를 수소 충전소에서 유통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의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2025년까지 80개의 수소 충전소를 운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방침에 따라 수소 충전소 시설 확대를 적극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유가 하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적자에 시달리는 에너지 업계에 정부 지원과 기업 간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수소 업계 관계자는 “수소 충전소 1기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50억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전소를 100개 이상 지어 운영하려면 수백억 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며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초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SK그룹이 최근 현대차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및 수소 인프라 등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처럼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배터리·에너지 산업이 융합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이미 수소차를 만들고 상용화한 단계에서 더 중요한 건 수소 생산과 수소 충전 인프라 등을 포함하는 업스트림 인프라”라며 “에너지 기업들의 진출은 수소 생태계를 더욱 견고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곽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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