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하는 AI, 의료현장서 존재감 높인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9-14 03:00:00 수정 2020-09-14 03:00: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국내 AI스타트업 전세계가 주목

왼쪽 사진부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영상과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그리고 인공지능(AI)의 분석 영상. 루닛 인사이트 CXR는 AI가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수초 내로 분석해 각 질환의 의심 부위와 의심 정도를 자동 표기한다. 환자의 양쪽 폐에 존재하는 병변을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다. 루닛 제공
올해 초 구글의 헬스케어 연구 조직인 구글헬스는 자체 개발한 유방암 진단 인공지능(AI)의 진단 정확도가 방사선 전문의를 앞섰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바둑 AI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가 참여한 연구다. 미국 여성 3097명과 영국 여성 2만5856명의 유방암 진단 영상을 학습한 AI는 암 환자를 음성으로 판단한 오진율이 전문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 전만 해도 의료 영상으로 암을 판단하는 의료진을 보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됐던 의료 AI가 인간 의사를 능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내 의료 AI 스타트업들이 있다. 변방에 머물렀던 의료 AI가 진단을 중심으로 의료 현장 전면에 나서며 의료 패러다임 전환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간 의사 뛰어넘은… 전문의 진단 결합하면 정확도 더 높아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미국의학협회지 종양학’ 온라인판에는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연구소가 진행한 3개의 유방암 진단 AI 비교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카롤린스카연구소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곳이다. 3개의 AI 알고리즘을 비교했는데 이 가운데 2013년 설립된 국내 첫 의료 AI 스타트업 ‘루닛’이 최고 평가를 받았다.


연구소는 3개의 AI에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스웨덴 유방암 검진자의 유방 엑스선 사진 데이터 8805개를 제공하고 병을 판독하게 했다. 루닛의 알고리즘은 유방암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민감도’가 81.9%로, 각각 67%와 67.4%를 보인 다른 2개의 알고리즘을 크게 앞섰다. 전문의들의 판독 결과 중 가장 높은 80.1%보다 우수한 수치다.

정확도가 가장 높은 경우는 루닛의 AI 알고리즘과 전문의의 1차 판독 결과를 결합했을 때다. 이 경우 유방암 판독 정확도는 88.6%로 전문의들이 AI 도움 없이 두 차례 판독한 정확도 86.8%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주도한 카롤린스카연구소의 프레드리크 스트란드 박사는 “AI 알고리즘이 유방암 영상 진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지 확인한 의미 있는 연구”라며 “향후 임상에서 AI가 독립적인 판독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 투입되는 AI

의료 AI의 성능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속속 나오면서 AI의 의료 현장 도입은 속도를 내고 있다. 루닛과 함께 국내 1세대 의료 AI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뷰노는 AI 기반 흉부 엑스레이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를 국내 대형병원인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 제공했다. 6월 말부터 도입된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는 수검자들의 흉부 영상 촬영 검사에 활용되고 있다.

흉부 영상 촬영은 건강검진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검사 중 하나다. 서울아산병원은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를 통해 흉부 촬영 영상에서 증상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례를 먼저 판독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결절과 경화, 기흉 등 5종의 흉부 이상 소견에 대한 우수한 민감도를 입증해 2019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김현준 뷰노 대표는 “의료진의 영상 판독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여 보다 정확한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AI 전문기업 코어라인소프트는 2017년부터 국립암센터 주관으로 진행된 폐암 검진 시범사업의 영상 판독 진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30년 이상 흡연한 검진 희망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진단한 결과 시범사업 전에 비해 조기 진단율이 3배를 넘자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이를 활용한 국가 폐암 검진 사업을 시작했다.

○코로나19 검진에도 AI 속속 도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분석과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도 AI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루닛은 폐 진단 보조 AI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 CXR’가 코로나19 의심환자 선별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이달 9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연구팀은 올해 1월 31일부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루닛 인사이트 CXR를 이용해 영상 판독을 시행했다. 일반적인 코로나19 검사법인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결과와 비교한 결과에서 루닛 인사이트 CXR는 폐렴을 동반한 코로나19 양성 환자의 81.5%를 찾아냈다. RT-PCR 검사에 비해 진단 소요 시간은 10분의 1로 줄였다.

AI 신약 개발 전문기업 신테카바이오는 기존 약물을 탐색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물 후보 30종을 찾아낸 뒤 세포실험을 거쳐 지금까지 총 3개의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다른 감염병이 출현할 수 있는 상황에서 AI를 이용해 신속히 후보 치료 약물을 찾아내 약물 재창출 신약을 만드는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