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못사, 주식사자” 빚내 ‘영끌투자’ 나선 개미들

김자현 기자 , 장윤정 기자

입력 2020-08-12 03:00 수정 2020-08-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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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400 끌어올린 동학개미들
“집값 너무 올라 예적금 모아봤자… ” 저금리-부동산규제로 주식투자 붐
올해 개인투자자 순매수 46兆 달해… 대출받아 산 주식 손실로 맘고생도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 씨(32)는 스스로를 ‘동학개미 선봉장’이라고 부른다. 올해 처음으로 주식에 입문한 ‘개미 투자자’이지만 높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저축으로 차곡차곡 목돈을 모으던 최 씨는 아파트 값이 급등하자 생각을 바꿨다. 예·적금 금리는 연이율 1%가 채 안되는데 아파트 값이 너무 빨리 올랐기 때문이다. 종잣돈도 없이 월급을 모아 서울 집값을 좇아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최 씨는 주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고꾸라졌다가 반등한 4월 만기가 된 적금 2000만 원으로 ‘삼성전자’와 ‘네이버’ 주식을 각각 사들였다. 최 씨가 투자한 주식의 평가액은 3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회사원 정모 씨(35)는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맘고생을 하고 있다. 증시가 뜨자 은행 신용대출(8000만 원), 카카오뱅크 비상금 대출(300만 원), 저축은행 대출(5000만 원)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 투자한다)을 해 주식에 돈을 넣었다. 다달이 갚아야 할 원리금만 130만 원이나 되는데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정 씨는 요즘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성장성이 높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관련 종목에 집중 투자하며 ‘한 방’을 꿈꾸고 있다. 정 씨가 주식 투자로 날린 돈은 2600만 원 정도다.

코스피가 11일 2년 2개월 만에 2,400 선을 돌파한 데는 최 씨 등과 같은 동학개미들의 역할이 컸다. 낮은 예·적금 금리와 강력한 부동산 규제 등으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 보니 개인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며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증시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46조 원에 이른다.

증시가 달아오르자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예·적금은 바보나 하는 짓’, ‘이번 생은 주식투자가 답’이라며 투자를 독려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온다. 채팅 앱인 카카오톡에서는 1000명 넘게 활동하는 주식 관련 오픈 채팅방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젊은이들의 지나친 주식 투자 열풍의 배경엔 취업난과 집값 급등 속에서 자산 축적 기회를 잃은 ‘2030세대’들의 상대적 좌절감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실하게 돈을 모아서는 내 집 마련 등이 힘들다 보니,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 번에 뭔가를 만회해 보려는 심리도 강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대출을 통해 투기성이 높은 주식 등을 짧은 기간에 사고파는 ‘단타 매매’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높은 수익률의 이면에는 반드시 높은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투자에 앞서 기업의 실적 등 객관적 지표 등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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