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긴 장마에 채소류 가격 폭등… ‘금채소’ 파동 올까 우려

박성진 기자

입력 2020-08-10 03:00 수정 2020-08-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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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 침수 피해-작물 생육부진에 농산물 출하량 크게 줄어 들어
청상추 도매가 한달새 107% 상승… 배춧값은 1년전보다 80% 올라
이번주부터 소매가격에 본격 반영… 업계 “추석까지 이어질 수도” 전망


역대급 긴 장마로 채소 등 신선식품의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산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거나 작물 생육이 부진해지면서 농산물 출하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급등한 산지 가격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대형마트 등의 채소류 소매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금(金)배추 파동에 이어 각종 ‘금채소’ 혼란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가격 폭등은 청상추와 양배추, 배추 등 대표적인 엽채류(잎채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밭에 심는 엽채류는 폭우가 이어질 경우 가장 피해를 많이 입는 채소다. 강한 비에 토사와 함께 쓸려나가기도 하고 물을 머금는 시간이 오래되면 입이 쉽게 썩어 상품성을 잃는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7일 기준)에 따르면 청상추 상품 4kg당 평균 도매가격은 5만9940원이다. 한 달 전(2만8916원)에 비하면 107.3% 상승한 수치다. 적상추 상품 도매가격도 kg당 5만6540원으로 한 달 전(2만9408원)에 비해 92.3% 상승했다. 5일 전에 비해 41.6% 오르는 등 최근 들어 상승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2012년 금배추 파동의 주인공이었던 배추 가격의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기록적인 폭우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발생한 인력 수급 문제도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됐다.

소비자가 많이 찾는 고랭지 배추는 10kg당 평균 도매가격(1만5440원)이 1년 전(8580원)에 비해 80.0% 올랐다. 양배추 도매가격도 8kg당 7940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59.5% 올랐다. 오이는 10kg당 도매가격이 한 달 전보다 49.5% 상승했다. 강원도 고랭지 무·배추 산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부족한 일손을 구하기 위해 평소보다 40% 이상 높은 인건비가 들고 있다”고 전했다.

채소류 도매가격 폭등은 소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폭우 피해가 적은 산지 등을 찾으며 가격 방어에 나섰지만 워낙 도매가 상승폭이 커 전반적인 소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2주 전 1개당 3300원이던 이마트의 손질 배추의 판매가격은 6일 3980원으로 21% 올랐다. 지난달 초 2200원이던 ‘논산 양촌 상추’ 200g 판매가도 같은 날 2980원으로 한 달 만에 35% 뛰었다. 무 1개 가격도 같은 기간 1500원에서 1680원으로 올랐다.

홈플러스의 채소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지난달 23일 3490원이던 배추 1포기 가격은 6일 4290원까지 올랐다. 청상추 1봉지는 지난달 23일 2990원에서 3990원으로, 적상추 1봉지와 양배추 1통은 같은 기간 2990원에서 3490원으로 올랐다.

과일 가격도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7일 기준 토마토는 10kg당 평균 도매가격이 2만9880원으로 1년 전(1만9240원)에 비해 55.3% 뛰었다. 1년 전 3만5480원이던 사과는 7만4560원으로 110.1%나 폭등했다.

유통업계에선 채소 및 과일 값 폭등 사태가 추석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장마 뒤 폭염이 겹치면 작물이 짓무르면서 출하량이 지금보다 더욱 급격하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산지의 장마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커 수급 불균형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석 차례상 물가도 급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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