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이 전셋값 자극 우려’ 현실로… 매물도 사라져 4000채 단지에 1건뿐

조윤경 기자 , 김호경 기자

입력 2020-08-07 03:00:00 수정 2020-08-07 03:33:31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부동산대책 논란]



“요즘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입니다.”

6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L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전월세 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 4000채가 넘는 대단지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의 전용면적 85m² 전세 매물은 단 한 건이다. 호가는 10억 원으로 가장 최근 실거래가(7억 원·6월 15일)보다 3억 원이나 높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 전세 매물이 귀하다 보니 지난주 9억5000만 원에 전세가 나갔다”며 “전세 문의가 오면 ‘이거라도 빨리 잡아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대차법이 지난달 31일 전격 시행된 이후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3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2% 올랐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인상률은 0.17%로 올 들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세입자 보호의 취지와 달리 전세 가격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임대료 인상에 제동 걸린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거나, 신규 세입자를 들일 때 전세 보증금을 최대한 올리고 있다.


서울에서도 인기가 높은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전셋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 강남 송파 강동구의 전셋값은 일주일 전보다 0.3% 이상 올랐다. 서초구 상승률은 0.28%였다. 한국감정원 측은 “임대차법 시행과 저금리 기조,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전세 품귀가 이어지는 가운데, 역세권이나 학군이 좋은 지역,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부르는 게 값’이다 보니 전세 구하기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2년 전 서초구 신축 아파트를 보증금 10억 원에 전세 계약한 직장인 A 씨(34)는 곧 다가올 계약 만기일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준공 직후엔 전세 물량이 많아 신축치곤 전셋값이 저렴했는데, 전셋값이 오르자 집주인이 현 시세대로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350만 원 반전세로 바꾸거나 전세 보증금을 14억 원으로 올려달라고 했다”며 “얼굴 붉히면서까지 2년을 더 살 바에야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는 게 낫다”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 전셋값이 더 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현재 4%인 전월세전환율을 2%대로 낮추고, 이른바 ‘표준임대료’를 도입하는 등 추가 규제가 예고되고 있어서다. 규제 시행 전 또다시 집주인들이 가격을 최대한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세 물량이 많이 나와야 가격이 안정되는데,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7205채 수준으로 올해(4만7205채)의 절반에 그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공급 계획은 실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의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는 한계가 있다”며 “신규 전세 물량에 대해선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릴 수 있어서 추가 규제가 나와도 전셋값 상승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김호경 기자

관련기사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