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숲 서울? 45%가 다세대 타운

박창규 기자

입력 2020-08-05 03:00 수정 2020-08-0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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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비해 생활환경 나빠, 주차장 부족… 10대중 6대 불법주차
녹지비율은 10분의 1 수준 그쳐… 서울硏 “여러 블록 통합정비 필요”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지해 씨(33·여)는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가 마포구 망원동으로 잡힐 때면 덜컥 겁부터 난다. 골목마다 차량이 뒤엉켜 이동이 쉽지 않고 빈 주차공간을 찾기도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영업 때문에 차를 몰고 다니는데 주차공간을 못 찾아 한 시간 가까이 이 일대 골목을 뺑뺑 돈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주민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근에 사는 황모 씨(38)는 “아이와 함께 걸을 때면 좁은 골목에 가득한 차량 때문에 항상 사고 걱정이 앞선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연구원은 최근 ‘다세대·다가구주택지 재생을 위한 슈퍼블록 단위 통합·연계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 방안’ 정책보고서를 내놨다. 슈퍼블록이란 간선도로로 둘러싸인 자족적인 주거공간으로, 토지구획정리사업 등을 통해 조성된 넓은 주택지를 이같이 부른다.

서울시에는 364곳의 슈퍼블록 주택지가 있다. 망원동 일대처럼 다세대·다가구주택지가 45%(165곳)로 아파트단지(140곳·39%)보다 많다. 보고서는 “다세대·다가구주택 중심의 슈퍼블록일수록 주차공간, 녹지 등이 부족해 주거환경의 질이 더욱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아파트단지는 노후화되면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생활여건이 개선된다. 반면 다세대·다가구주택지는 단독주택에서 신축 과정을 거치며 인구밀도는 높아지지만 기반시설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다세대·다가구주택지의 인구밀도는 ha당 436명으로 아파트단지(ha당 603명)의 72% 수준이다. 용적률도 각각 221.5%와 256.4%로 비슷한 편이다. 하지만 평균 녹지율은 3.4%와 35.8%로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게다가 다세대·다가구주택지에는 최근 주택가 깊숙이 음식점, 카페 등이 들어서며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대표적 다세대·다가구주택지인 마포구 망원동과 강남구 논현동의 실태를 분석했다. 논현동은 정사각형 모양의 구역에 영동시장, 초등학교, 공원 등이 모여 있다. 망원동은 마름모 모양의 땅에 역세권과 망원시장, 이른바 ‘망리단길’로 불리는 상점가가 있다. 두 곳 모두 전통시장, 먹자골목 등을 중심으로 생활권이 형성돼 있다.

문제는 주차시설 부족이다. 거주자는 물론이고 시장이나 상점가를 찾는 이들까지 차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조사 결과 논현동 가로에 주차된 차량 419대 중 256대(61%)가 불법주차 차량이었다. 망원동은 가로주차 449대 중 255대(57%)가 불법으로 주차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이 증가하면서 보행공간까지 위협하고 있다. 물론 녹지, 공원, 문화시설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보고서는 “동네에서 가장 불편한 것에 관한 설문에서 주차, 보행 등 도로 점유 차량 관련 문제가 공원 부족, 상업화, 문화시설 부족 등 다른 문제를 덮을 만큼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블록 단위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활용한 주차장과 녹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도로를 가득 채운 자동차를 수용할 공용주차장이 확보돼야 보행자 중심의 도로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부채납 등을 통해 지상에는 공원과 주민을 위한 문화 복지시설을 배치하고 지하에는 주차장을 만드는 것도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됐다. 자동차가 사라진 생활도로에는 작은 녹지를 조성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러한 요구가 반영되려면 가로주택정비사업 방식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본적으로 사업 규모가 1만 m² 이내로 제한된다. 따라서 주변 전체가 함께 개선되지 않는 한 주차장, 녹지 부족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희지 선임연구위원은 “사업 추진이 힘을 받으려면 여러 개의 소규모 블록을 통합적으로 정비하거나 공공이 초기 단계에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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