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품보다 책 사면 더높은 등급”… 대안신용평가, 금융권 흔드나

신나리 기자

입력 2020-08-05 03:00 수정 2020-08-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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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융정보로 고객 신용등급 평가… 대출시장 진출 네이버-핀테크 선도
금융권 “정보 비대칭 현실화” 긴장… “정보 조작 가능성 막아야” 지적도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금융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대출 시장에 뛰어들면서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ACSS) 서비스가 금융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보기술(IT)로 무장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이어 기존 은행들까지 ACSS 개발에 나서면서 관련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신용평가회사가 가진 금융 데이터와 함께 네이버에 입점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실시간 매출 정보, 네이버의 머신러닝 알고리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활용해 자체 ACSS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비금융 정보와 새로운 분석기술을 이용해 ‘2030 세대’나 중소상인들처럼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들에게 대출 기회를 확대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뜻이다. 판매자들의 배송 실적, 고객들의 평가 등을 활용해 이 대출자들의 상환 능력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신용도를 판단할 계획이다.

비금융 정보를 이용한 ACSS 모델은 이미 일부 IT회사들이 자체 개발해 성과를 검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SK플래닛은 지난해 9월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의 구매 및 결제 정보를 이용해 산정한 대안신용평가인 ‘커머스 스코어’를 내놨다. 소득 자산 등 금융정보 이외의 비금융정보를 이용해 신용 위험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조민주 SK플래닛 금융사업팀장은 “상품 구매 및 결제 정보를 반영한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이라며 “가방(사치품)보다는 책 등 문화상품을 구매한 사람이 더 높은 신용등급을 받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SK플래닛에 따르면 커머스스코어를 활용한 대출의 경우 대출 금리를 1금융권보다 0.5%포인트, 2금융권보다 3%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핀크는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의 통신정보를 활용한 ‘T스코어’로 고객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핀크 관계자는 “고객의 86%가 T스코어 적용 전후 대비 최대 1%포인트 금리 할인 혜택을 받았다”며 “서비스 시작 6개월 시점에 중간검증을 해보니 제2금융권의 승인 대상자의 부도율은 0.53∼1.06%포인트, 1금융권 승인 대상자의 부도율은 0.05∼0.5%포인트 낮아졌다”고 말했다.

기존 금융회사들과 신용평가 업계는 네이버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에 대해 “정보의 비대칭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상거래 정보 등 다양한 비금융정보가 금융 서비스에 접목되고 있다”며 “기존 금융회사들도 비금융정보로 신용평가 모델을 확장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NH농협, 하나, 우리은행 등은 통신사 정보를 활용하거나 자산평가지수 등을 도입하는 등 자체 신용평가모델 개발에 나섰다.

비금융정보를 이용한 대안신용평가 모델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네이버 대출상품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신용 평가를 위해 쓰이는 리뷰 조작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며 “상품 거래 정보로 확인할 수 없는 기존 금융대출 상품 정보 등을 추가로 반영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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