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도 재고도 없이… 1인 쇼핑몰 사장 해볼까

황태호 기자

입력 2020-08-04 03:00 수정 2020-08-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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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창업 플랫폼’ 이용하면 가게 뚝딱


《네이버의 소상공인용 이커머스 플랫폼 ‘스마트스토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이 강타한 올 3월부터 월평균 3만3000여 개의 새로운 쇼핑몰이 입점하고 있다. 이전 3개월(2019년 11월∼2020년 1월)에 비해 50% 늘어난 수치다.》


이런 쇼핑몰의 운영자 대다수는 자신이 상품을 직접 사입(仕入·판매를 위해 도매상이나 제조사로부터 사들이는 것)하지 않는다. 네이버 쇼핑부문 관계자는 “이 중 상당수가 자신이 파는 물건을 직접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직접 상품을 만들거나 제조사, 도매상으로부터 구매해 재고를 떠안지 않고 ‘클릭 몇 번’으로 쇼핑몰 구축부터 판매까지 가능한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운영자는 자신의 쇼핑몰에 상품을 잘 팔리게끔 전시해 소비자만 유입시키면 그 뒤의 과정은 모두 자동으로 처리되는 이른바 ‘무재고·무자본’ 쇼핑몰이다.

3일 전자상거래 플랫폼 ‘메이크샵’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에 따르면 올 3월 서비스를 시작한 무재고 쇼핑몰 운영 서비스인 ‘쉽투비’를 이용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2000곳이 넘는다. 쉽투비는 중국 타오바오나 티몰 등 대형 온라인마켓에 나와 있는 상품을 국내 셀러가 자신의 쇼핑몰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연결하고 배송, 사후 소비자 응대, 반품 접수 등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동대문 의류상가의 상품 판매를 이 같은 방식으로 지원하는 스타트업 브랜디의 ‘헬피’ 서비스는 하루 2만5000여 개의 상품이 출고될 정도로 인기다.


이러한 방식을 ‘드롭시핑(Dropshipping) 서비스’라고 부른다. 2017년 캐나다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쇼피파이가 인수한 오벨로가 대표적 서비스로, 중국 알리바바의 글로벌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에 등록된 상품을 전 세계 쇼핑몰 운영자들이 손쉽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이용하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도 수천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해외 구매대행 업체들과 다른 건 직접 해외 쇼핑몰에 주문을 넣고 통관을 확인하는 절차 등을 수행할 필요 없이 모두 플랫폼이 대행해 준다는 점이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이를 이용하면 해외 마켓이나 도매상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자신의 쇼핑몰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부업처럼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루 2시간 투자해 연봉에 맞먹는 수입을 내고 있다”는 후기도 속속 나온다. 스스로 모델로 나서며 인스타그램 등 자연스레 노출이 가능한 계정을 적극 활용하는 이들도 많다. 샘플을 확보해 자신의 ‘착상샷’을 선보인 후, 주문을 받기만 하면 그 뒤의 절차는 자동으로 이뤄진다.

더 나아가 드롭시핑 플랫폼이 직접 상품을 확보해 이를 쇼핑몰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속속 나오고 있다. NHN고도의 ‘셀바이’, 네이버 물류 협력업체인 위킵의 ‘셀웨이’ 등이다. 메이크샵 쉽투비도 최근 중국 패션상품 도매관을 열었다. 드롭시핑 플랫폼 업체가 확보한 상품을 쇼핑몰 운영자들은 골라서 팔기만 하면 된다.

이를 두고 광고비 등의 추가 투자 없이 소비자를 유입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영업사원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무재고·무자본 쇼핑몰이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로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HN고도 관계자는 “1인 마켓 트렌드를 보면 20, 30대 운영자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지만 40대도 20%, 50대 이상도 10%가 넘는다”며 “손쉬운 방식 때문에 모든 연령대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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