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사고 내도 조사 못하는 해외 사모펀드

김형민 기자 , 장윤정 기자

입력 2020-07-08 03:00 수정 2020-07-08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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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중단 젠투펀드 본사 연락 끊겨
한국인 애널리스트 홍콩에 설립
코로나로 자산가치 급락, 부실 터져
당국 “국내법 적용 못해 제재 불가능
전수조사해도 펀드규모 파악 못해”


홍콩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가 국내에 판 펀드에서 1조 원 이상의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지만 금융당국이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운용사가 연락 두절 상태인 데다 관련 법상 우리 금융당국이 해외 운용사를 들여다볼 수단도 없어 사모펀드 감시망에 큰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조900억 원의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홍콩계 자산운용사 젠투파트너스(젠투)가 금융당국 및 국내 금융회사와의 연락을 모두 차단하고 만남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루트로 연락을 취하는데 잘 닿지 않고 있다”며 “대표 역시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젠투는 홍콩에 본사를 둔 해외법인이지만 대표는 한국인이다. 이 회사 대표는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신기영 씨로 2009년 홍콩에서 젠투를 설립했다. 이 회사가 만든 펀드는 신한금융투자 등 금융회사를 통해 국내 시장에 판매됐고 연평균 수익률 20% 안팎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젠투펀드가 투자한 자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졌다. 더욱이 젠투를 대표하는 3개 펀드는 서로 대출해주고 펀드 규모를 키우는 등의 레버리지 투자 행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회사에 돈을 빌리면서 펀드 자산이 줄면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결국 한 펀드가 환매 중단되면 나머지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다. 실제로 처음 환매가 중단된 KS 아시아 앱솔루트 리턴펀드의 환매 중단 이후 큰 문제가 없다고 예상됐던 KS코리아 크레딧펀드와 CM크레딧펀드까지 환매가 중단됐다.

문제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젠투는 홍콩에 본사가 있어 국내법이 아닌 홍콩 현지법을 따른다. 해외 운용사가 만든 펀드가 국내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쳐도 당국이 이를 들여다보거나 제재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더욱이 젠투펀드는 영국 왕실령인 ‘저지섬’에서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지섬은 애플이 과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 자회사를 옮긴 곳으로 유명해진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다. 금감원의 복수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여서 사태 파악이 쉽지 않은데 펀드마저 조세피난처에서 설립돼 수익 구조 등을 들여다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해외 운용사가 국내에 판 펀드가 사모펀드 부실 사태의 ‘뇌관’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내 운용사에서 사고가 터지면 해당 운용사를 직접 검사하거나 환매 중단 원인 등을 들여다보고 직접 개입할 수 있지만 해외 운용사 펀드에서는 사태가 터져도 손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 운용사 펀드도 국내 운용사 펀드와 마찬가지로 금융위원회에 신고(등록)만 하면 제한 없이 판매된다. 관리 감독 장치는 없는데 판매는 자유로운 셈이다. 금감원의 복수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 펀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라며 “해외 운용사 펀드는 현재 추진 중인 사모펀드 전수조사로도 검증이 어렵다”고 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장윤정·김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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