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 힘들어졌다”… ‘공모주 로또’ 뛰어든 3040세대

김자현 기자 , 장윤정 기자

입력 2020-07-08 03:00 수정 2020-07-0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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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청약 계좌수 최다… 공모가 대비 주가 4.4배 오르자
다음 공모주 물색 ‘총알 장전’… 관련 펀드에 한달새 6794억 유입
빅히트 등 예정 하반기도 열풍불듯


‘집값을 확실히 잡겠다’던 정부를 믿고 내 집 장만을 미뤘다가 낭패를 본 직장인 김모 씨(38). 이제는 ‘내 집 장만’이라는 불가능해진 꿈 대신 주식 대박의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최근 SK바이오팜의 대박 행진을 본 뒤 하반기 대박을 터뜨릴 다음 공모주를 물색 중이다.

지난달 공모주 청약에서 31조 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으고, 이른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되고 이후 상한가)을 치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한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불고 있다. 초저금리와 각종 부동산 규제가 맞물리며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시중 자금들이 ‘대박’을 꿈꾸며 공모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 “어차피 집 못 사” 3040 중심 공모 청약 열기
일 상장 후 3거래일 연속 상승제한폭(30%)까지 올랐던 SK바이오팜은 7일 전날보다 0.93% 오른 21만6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미 공모가 대비 주가는 4.4배로 올랐고, 단숨에 시가총액 16위까지 뛰어올랐다. SK바이오팜 주주 등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등에서는 ‘공모주 로또’ 성공 인증이 줄을 이었고, 다음 공모주 청약을 위해 ‘총알을 장전하자’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이번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선 특히 3040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 두드러져 눈길을 끌었다. SK바이오팜 공모에 참여한 23만 계좌 중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청약에 나선 84%를 분석한 결과 계좌 수 기준으로 30, 40대 투자자 비중이 각각 25.2%, 27.41%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넷마블 청약 당시 30대 비중이 14.4%였던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다만 전체 청약증거금 대비 3040이 조달한 자금의 비중은 31%에 그쳐 65% 이상을 조달한 50대 이상의 자금력을 따라가진 못했다.

최근 3040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공모주 열풍은 저금리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데다 당분간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구입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SK바이오팜은 경쟁률이 높아 실제로 청약증거금 대비 수익이 크진 않았지만, 투자처가 마땅치 않으니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률이라도 내겠다며 청약에 참여한 젊은층이 많았다”고 했다.

○ 하반기 공모주 ‘로또’ 발굴 이어질 것
SK바이오팜의 상장이 흥행으로 이어지며 공모주 시장 전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높은 청약 경쟁률로 실제 배정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적다는 점을 감안해 공모주 펀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국내에 설정된 110개 공모주 펀드에는 최근 한 달 동안 6794억 원이 순유입됐다. 이승재 하나금융투자 Club1WM센터 PB는 “최근 SK바이오팜 흥행 이후 다음 우량 공모주 일정을 묻거나 공모주 펀드에 대한 투자를 문의하는 고객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공모주 청약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증시 주변 자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나 있고, 하반기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급 기업공개(IPO)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저금리로 갈 곳 잃은 자금들이 공모주 시장을 달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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